집권 4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쪽의 공통 키워드는 '만능(萬能)'으로 요약된다. 각종 실정(失政)과 국정농단으로 조기에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반대로 '무능(無能)'이 공통어였다. 무능의 반면교사로 만능이 나온 것인지, 아니면 시대적 요청인지 흐름인지, 정권의 방향인지는 모르겠다. 현 정부에서 만능, 만능주의는 곳곳에서 포착되는 게 사실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얼마 전 사석에서 "문재인 정부가 만능주의의 함정에 빠졌다"면서 규제만능주의와 세금만능주의, 부채만능주의, 입법만능주의 등을 예로 들었다. 앞서 나열한 만능주의는 보수 야당이나 문재인 정부 비판 세력, 언론 등에서도 일관되게 지적하기도 한다. 하나로 묶는다면 결국 "(대통령이 이끌고 국회가 받쳐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이다. 만능주의의 대표적 사례가 거래를 감시ㆍ감독하는 기구까지 나온 부동산 부문이다. 전(前), 전전(前前)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폐기돼 새롭게 나온 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기보다는 선(先) 수요 억제ㆍ후(後) 공공 중심 공급 확대 그리고 거래 감시로 이어진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다주택자도 "어찌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금만능주의 또는 부채만능주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현 정부의 경제 기조는 확장재정이었다. 확장재정이냐 긴축재정이냐는 대내외 경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소득 주도 성장은 사실상 세금 주도 성장이고 이것이 재정확장의 마중물이 됐다. 코로나19는 재정준칙이라는 물막이마저 없앴다. 지금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어서 재정의 역할론을 전면 부정할 사람은 없지만 재정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결국 후대에 빚만 지우는 꼴이 된다.
나라 재정의 빈 곳간을 채우는 방법은 세금을 더 걷거나 세금이 더 들어오거나 하는 것이다. 나라의 세금 수입은 주로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이들에 대한 세율을 올리는 것으로 부가가치세 인상보다는 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쪽이 돼왔다. 이미 법인세와 소득세, 부동산 및 금융 투자와 관련된 각종 세율은 오른 상태다. 조세 정책은 나라 안의 사정도 반영해 결정돼야 하지만 국가 간의 경쟁이기도 하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우리와 경쟁하는 주요국들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을 올렸다고 주장한다. 법인세는 기업이 납부하지만 실질적인 조세 부담은 소비자, 근로자, 주주에게 전가된다.
세금이 더 들어오게 하는 것은 세율을 유지하거나 낮춰 경제 주체의 활력을 높여 전체 세수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규제 개혁과 노동유연성 제고 등으로 해묵기도 했지만 번번이 좌절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국회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기업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된다. 공정경제 3법이 강행되고 일주일에 수십 건의 규제 법안이 발의되자 21대 국회에서도 '안 되면 법으로'라는 법률만능주의, 규제만능주의가 팽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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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운영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할지, 필요에 따라 선택할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는 정권의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안정적인 대통령 지지율과 절대 의석수를 차지한 집권당을 생각해보면 당정청은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내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이다. 무능의 대척점은 만능이 아니라 유능(有能)이다. 201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정부가 유능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사회의 변화가 가능하다. 유능한 정부를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그때도, 지금도 정부를 향한 조언과 고언은 쏟아지고 있다.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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