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로튼에서 노스트라다무스 役 "그동안 심각한 역할 많이 맡아 지금의 변신 즐거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댑댄서의 발놀림처럼 '마저스' 마이클 리(47)의 몸짓이 경쾌하다. 마저스의 색다른 변신에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썸씽로튼'을 보는 재미는 배가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이클 리는 "신나는 뮤지컬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저스란 뮤지컬 팬들이 마이클 리를 부르는 별명.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마이클 리의 이름에 배역 이름인 지저스를 합쳐 지은 별명이다. 마저스는 대중이 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마이클 리는 그동안 '씨리어스(serious)'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며 지금의 변신이 즐겁다고 밝혔다.


'썸씽로튼'에서 마이클 리가 맡은 역은 노스트라다무스. 대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라 그의 조카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다. 조카는 미래를 부정확하게 예측한다.

'썸씽로튼'의 배경은 르네상스 시대 영국. 당대 최고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닉 바텀은 공연마다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셰익스피어에게 열등감을 갖는다.


그는 거듭되는 실패에 점쟁이(?) 노스트라다무스를 찾는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앞으로 뮤지컬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혜안을 보여준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 될 작품명을 '햄릿'이 아닌 '햄오믈릿'으로 잘못 알려준다. 이 때문에 바텀 연출의 '햄릿' 공연에서 난데없이 후라이팬이 등장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노스트라다무스 역으로 출연 중인 마이클 리  [사진= 엠씨어터 제공]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노스트라다무스 역으로 출연 중인 마이클 리 [사진= 엠씨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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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로튼'은 햄오믈릿 같은 언어유희를 연출하고 유명 뮤지컬 작품의 대사와 장면, 넘버 일부를 패러디하고 셰익스피어의 소설 내용을 재기발랄하게 차용해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탭댄스 등 흥겨운 군무가 더해져 공연보는 재미를 더한다. 공연 중 패러디되는 작품은 '레미제라블', '렌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브로드웨이 42 번가' 등 25개에 이른다.


마이클 리가 제안해 패러디된 넘버도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라는 가사가 썸씽로튼에서는 '뮤지컬의 시대가 찾아왔어'로 개사돼 노스트라다무스가 부른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마이클 리의 대표작 중 하나다. 마이클 리는 2013년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에서 그랭구와르 역으로 출연했고 2016년, 2018년 공연에도 같은 역으로 출연했다.


마이클 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몰랐던 작품이라고 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프랑스 뮤지컬이 잘 소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공연됐지만 아직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된 적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 뮤지컬은 좀 다른 스타일이어서 미국에서 잘 모른다. 한국에 와서 미국 뮤지컬이랑 완전히 다른 여러 뮤지컬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태어난 마이클 리는 1994년 '미스 사이공' 투이 역으로 데뷔한 뒤 2006년 '미스 사이공' 한국 공연에 참여하면서 한국 무대에 처음 섰다. 2013년부터는 가족과 함께 아예 한국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한국 뮤지컬 배우와 제작진의 열정도 마이클 리가 처음 한국에서 활동할 때 적응해야 했던 부분이었다. "미국에는 배우 노조가 있어서 정확한 연습시간을 지켜서 한다. 한국에서는 배우들이 오후 6시까지 연습한 뒤 저녁 먹고 오후 7시부터 11까지 또 연습했다. 진짜 이해를 못 했다. 연습실에 계속 있으면 배우들은 도대체 언제 쉬나 싶었다. 계속 한국에 있다 보니 미국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느낀다. 배우들 경험도 늘고 프로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연습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도 더 좋은 배우가 됐다."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노스트라다무스 역으로 출연 중인 마이클 리  [사진= 엠씨어터 제공]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노스트라다무스 역으로 출연 중인 마이클 리 [사진= 엠씨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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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로튼'은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당시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할을 맡은 크리스티안 볼(Christian Borle)은 2000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함께 한 동갑내기 친구였다. 닉 바텀 역을 맡은 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Brian d'Arcy James)는 아내의 대학교 선배였다. 마이클 리는 "둘 다 훌륭한 브로드웨이 배우"이라며 "이들과 같은 작품을 해서 영광"이라고 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초연 때는 같은 기간에 마이클 리가 다른 공연을 원캐스트로 출연하고 있어 공연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첫 해외 투어가 성사되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올해에는 라이선스 공연이 성사됐다. 마이클 리는 라이선스 공연을 극찬했다.


"'썸씽로튼'은 미국과 영국 사람들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중학교 때부터 셰익스피어에 대해 배우고 '맥베스', '한여름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등을 다 읽기 때문이다. 한국어 버전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한국인들에게도 통할까 의심스러웠는데 번역이 너무 잘 됐다. 원작의 미묘한 뉘앙스를 모두 살렸다.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출도 훌륭하다. 한국의 친구들이 내한 공연 때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고 이야기한다. 관객들에게 이런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


애초 주변에서는 마이클 리에게 그동안의 이미지를 감안해 셰익스피어를 맡는게 어떠냐는 말도 했다. 지난해 내한 공연 당시 노스트라다무스가 나이 많고 덩치가 큰 사람이 맡았다. 지금까지 맡았던 마이클 리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던 셈. 하지만 마이클 리는 처음부터 노스트라다무스를 하고 싶었다.


"닉 역할도 너무 매력있고 셰익스피어도 너무 좋은데 나에게 제일 어울리는 역할은 노스트라다무스다. 다른 역할도 다 해보고 싶은데 다른 역할을 맡아 노스트라다무스를 못 하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노스트라다무스는 너무 밝고 재미있는 역할이다. '뮤~우지컬'로 시작하는 넘버도 너무 좋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도 나와 닮은 것 같아 좋다."


그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계속 이미지만 따라 가면 결국 덫이 돼 할 수 있는 역할이 계속 줄어든다"며 "항상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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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는 할 수 있을 때 코미디 작품을 많이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뮤지컬 배우가 된 것 아닌가. '썸씽로튼'은 2시간 30분 공연 동안 모든 문제를 잊고 웃고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 이 힘든 시기에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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