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도련님·아가씨 대신 이름으로"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시댁-처가, 도련님-처남…성차별 호칭 바꿀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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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친인척 간 성차별적 호칭을 바꾸자는 시민 의견이 나온 가운데 이번 추석에 실제 차별적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차별적 호칭은 예를 들어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호칭 대신 '○○씨' 등의 이름을 부르는 식이다. 또 시댁은 시가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할머니라고 부른다.

이는 지난 29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2020 추석편'에 담긴 내용이다. 해당 사전은 서울시민의 생활 속 언어와 행동을 성평등하게 바꾸자는 재단의 시민참여 캠페인이다.


이번 명절사전엔 서울시민 1,803명이 의견을 냈다. 이 중 여성이 1,194명으로 66.2%를 차지했고, 남성은 609명이 참여해 33.8%를 기록했다.

그동안 재단은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1(2018년), 시즌2(2019년) 등 '성평등 주간'(9월1~7일)을 기념해 시민이 꼽은 명절이나 일상에서 흔히 겪는 성차별 언어를 공개해왔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결국 자신의 집안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성평등 언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집안 분위기 자체가 성차별적 호칭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또 관심이 없는 경우 이를 집안에서 공론화하기가 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차별적 호칭은 바꿔야 하므로, 조금씩 실행해볼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이 모 씨는 "명절에 차별적 호칭은 물론 각종 집안일까지 차별적이라는 사실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라면서 "정부에서 나서 성차별적 호칭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를 어떻게 자리 잡게 하느냐는 각각의 집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 같다"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대학생 김 모 씨는 "차별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 바뀌지 않을까 시작한다. '도련님'이라는 말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20대들 사이에서 저런 말은 아무도 안 쓰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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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호칭 등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지난 2017년 국립국어원이 10~6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실태 조사'에 따르면 호칭어·지칭어 관련 의견 중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은 86.3%로 조사됐다.


이중 '양성평등'에 관한 내용은 34.7%로 나타났다. 남편의 동생을 지칭하는 호칭도 대표적인 논란 대상이다. 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65.8%는 남편의 남동생을 뜻하는 '도련님'이나 여동생을 지칭하는 '아가씨' 등의 호칭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결국, 성차별적 호칭에는 공감대가 많으나, 이를 실제 각 집안에서 어떻게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는 각 집안 문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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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호칭 사용 논란 공론화 이후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가족 호칭 토론회에 참여한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은 "호칭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영향을 받는 시대적 현상이며, 가족 호칭 역시 가변성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언어문화 개선에 성급함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를 열되, 단계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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