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아슬아슬 '서울의 밤'…코로나19 방역은 '뒷전'(종합)
2.5→2단계 완화 첫날
오후 9시 영업 제한 풀리자
을지로·강남 등 유흥가 불야성
업주들 간만에 한숨 돌렸지만
마스크 내리고 삼삼오오 담배
껴안고 어깨동무도
집단감염 위험 곳곳 도사려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술을 마시는 시민들로 가득 찬 모습. 이들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반쯤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은 채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14일 밤 10시가 넘은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점포 앞에 늘어선 야외 테이블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늦은 시간까지 생맥주 잔이 부딪치던 이곳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손님들 발길도 뜸해졌다. 2단계 하향 첫날 밤을 즐기러 나온 직장인 김모씨는 "오늘부터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길래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한잔 하러 왔다"면서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 우려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 말처럼 점포들은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야외 테이블을 펼쳤고 좁은 골목 특성상 테이블은 다닥다닥 붙었으며 손님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큰 소리로 대화하며 늦여름밤을 만끽했다.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 부근 유흥가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유동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오늘부터 심야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손님이 많이 찾아주고 있다"면서 "2주 동안 영업을 못해 타격이 컸는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날부터 수도권 소재 모든 일반음식점ㆍ휴게음식점ㆍ제과점에 적용됐던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허용' 제한이 해제됐다.
그러나 유흥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단 감염 위험성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정부는 제한조치를 조정하면서 ▲매장 내 이용자 간 이격거리 확보를 위한 좌석 띄어 앉기 ▲매장 좌석 내 이용인원 제한 ▲마스크 착용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철저히 준수하는 업소는 찾기 어려웠다. 2주 만에 영업을 재개한 술집 대부분 겉으로는 방역 지침을 지키려는 구색을 갖추긴 했다. 입장 시 명부 작성을 권유하고, 체온 측정과 손소독제 비치 등도 비교적 준수하는 모습이었다. 자리를 안내하면서 1~2m 거리두기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대부분 해줬다.
그러나 술자리가 시작돼 취기가 오른 손님들을 통제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보였다. 사람 간 간격은 시간이 갈수록 가까워졌고, 바쁜 종업원들은 화장실 사용이나 흡연 때문에 술집을 들락날락하는 손님들의 추가 소독까진 챙기지 못했다. 대부분 업소들이 QR코드 입력보다는 수기로 방문자 명부를 작성토록 했는데, 제대로 적었는지 확인하는 곳도 드물었다.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 실내는 물론 야외테이블까지 술을 마시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반쯤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은 채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원본보기 아이콘밤 11시께 강남역 인근 한 술집. 실내는 물론 야외에 마련된 10여개의 테이블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술을 마시는 시민들 가운데 거리 유지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이는 볼 수 없었다. 직원 B씨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나마 QR코드나 방문자 명부 작성에는 별 불만 없이 응해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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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 근처 포장마차형 술집도 마찬가지. 평소에도 젊은 남녀들이 자주 찾는 탓에 대기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던 이 술집은 오랜만에 늦은 시각까지 음주를 즐기려는 이들로 넘쳐났다. 입구에서 방문자 명부를 작성해야 했지만 신분증 대조 등 별도 확인 절차는 하지 않았다. 술을 마시던 시민 중 일부는 마스크를 테이블에 놔둔 채 밖으로 나왔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땅바닥에 침을 뱉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이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껴안는 모습 뒤로 2주 만에 되찾은 서울의 밤이 아슬아슬하게 깊어가고 있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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