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兆 사내근로복지기금, 코로나 등 재난 상황 시 30% 꺼내쓴다
고용부, 14일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시행규칙 재입법예고
파견·하청 근로자에 원청 근로자 수혜금액의 50% 이상 써야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기업이 근로자 복지를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 1983년에 도입돼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쌓아둔 사내근로복지기금은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다만 사용하는 금액의 일부를 반드시 파견, 하청업체 직원 복지에 써야 하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14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거나 사업주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 사내근로복지기금 기본재산(적립금)의 3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금 출연이 감소하고 근로자 복지사업이 축소 또는 중단될 우려가 있어 법령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란 사업주가 이익금의 일부를 출연해 기금을 조성한 후 근로자 복지사업에 사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근로자의 주택구입 자금 보조, 장학금, 재난구호금, 모성보호 및 일가정양립비용 등 근로자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쓰인다. 사업주 입장에서 기금 출연금액은 법인세가 면제되고, 근로자들도 기금을 통해 지원받는 금품에 대해 세제혜택을 받는다. 예컨대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없는 사업장에서 학자금 지원을 받으면 근로소득과 합산돼 근로소득세가 늘어나지만,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학자금을 지원을 받으면 세금 부담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설립된 기업은 1672곳이며, 적립된 기본재산 총액은 10조7845억원에 달한다. 적립금이 대거 쌓인 원인은 현행법상 근로자 복지사업을 위해 1년에 쓸 수 있는 기금 사용한도가 엄격히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당해 연도 기금 출연금의 50%, 중소기업은 80%까지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본재산으로 편입해야 한다. 기본재산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지사업을 위해 금융상품 투자 등을 통해 운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거나 사업주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 등에 한해 기본재산의 3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주의 경영상 어려움은 ▲월평균 재고량이 전년에 비해 50% 이상 늘거나 ▲생산량이 15% 이상 감소한 경우가 해당된다. 고용부는 당초 지난 7월 6일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 기본재산 총액의 30%까지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령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한국노총의 의견을 반영해 재난 상황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해 재입법예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재산 사용에 있어 전제조건이 달렸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장 소속 근로자 1명당 수혜금액의 50% 이상을 하청, 파견업체 근로자의 근로복지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청업체(대기업) 근로자 1인당 수혜금액이 100만원이라면 협력업체(중소기업) 근로자 1인당 50만원 이상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기본재산 사용 제한을 조건 없이 풀어줄 경우 대·중소기업 복지격차가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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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기본재산 지출로 수익금이 줄어들 경우 장기적으로 근로자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청사업장도 힘든 경영 위기 상황에서 파견, 하청근로자에게 기금을 활용할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재난 상황 때마다 기본재산 소진이 가능해지면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되고 근로자에 대한 복지 제공 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금 사용에 대한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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