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남겨둬
정보통신망법·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17건 차단
과잉규제 우려 탓

"89건 중 17건만 차단"..디지털교도소 '면죄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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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성범죄자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해 '사적 응징' 논란이 일고 있는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정부가 폐쇄하지 않고 남겨두기로 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사이트 중 불법 콘텐츠만을 선별해 차단키로 한 결정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사이트 폐쇄 않고 17건 정보만 차단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전일 열린 긴급심의에서 방심위는 디지털 교도소 게시 정보 17건에 대한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정보 7건과 아동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10건의 정보만 차단조치하고 나머지 72건은 남겨두기로 했다. 사이트 자체는 폐쇄하지 않고 올라온 신상 정보 89건 중 17건. 전체 게시정보의 19%만 차단키로 결정한 것이다. 방심위는 국내통신사에게 일부 신상 정보 차단을 요청하고, 해외서버사업자에게 정보 삭제요청을 할 계획이다.


방심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위법 소지가 커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다, 최근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면서 정부가 '사이트 폐쇄' 결정을 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지난 8일 디지털교도소와 관련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적처벌이고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다. 문제의 사이트를 빨리 찾아 접속 차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다만 방심위 측은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 우려가 있고, 문제가 되는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심의를 통해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접속 차단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도소, 일부만 차단...어떻게 봐야 하나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법 권한 밖의 '사적 제재'라는 점에서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과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디지털교도소 게시물 중 불법과 아닌 것을 구분한 기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아동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 위법 콘텐츠만 차단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차단할 근거가 없었을 것으로 본다. 위법 소지가 있는 정보만 차단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을 통해 "형벌권으로 인정되는 것은 국가형벌권이다. 이는 사적으로 복수하거나 처벌할 경우 사회질서가 엉망이 된다는 취지"라면서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은 형사법 체계에 결함이 있다는 징표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상공개 같은 사적 처벌에는 신중했어야 한다. 디지털교도소는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공익적인 목적보단 낙인을 찍고 처벌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어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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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7월 공개된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와 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사이트를 통해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됐던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했고, 애꿎은 대학교수가 가해자로 신상정보가 노출되면서 비판이 잇따랐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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