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우발적 범행 주장…범행 대상 물색 등 계획 범죄
여성 BJ 환심사려 수천만 원 빚내 선물하다 범행 저질러
"버스비 아끼려 걷던 내 딸" 피해자 아버지 靑 청원
전문가 "전형적인 계획 범죄 저항하니까 흉기로 살해"

제주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후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20대 강 씨가 지난 3일 구속됐다. 사진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강 씨가 본인 소유 탑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주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후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20대 강 씨가 지난 3일 구속됐다. 사진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강 씨가 본인 소유 탑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화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제주에서 편의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은 생활고로 인한 단순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범죄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유력한 용의자 강모(29) 씨는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범행이 계획이 아니라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범행 과정을 보면 강 씨는 자신의 진술과 달리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치밀한 범행을 준비했다. 특히 범행 현장을 다시 찾아 시신을 찾아 옮기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완전 범죄를 시도하기도 했다.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는 인터넷방송 BJ에게 후원하는 등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해 이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비로 돈을 쓰다 더는 BJ에 후원할 수 없게 되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 피해자를 살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해 여성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버스비도 아끼던 딸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 범행 대상 물색…피해자 뒤 따라가 잔혹하게 살해

10일 제주서부경찰서는 강도살인, 시신 은닉 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강 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께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피해자(39·여)를 특정하고 뒤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자에게서 신용카드를 훔쳐 편의점과 마트에서 두 차례에 걸쳐 10만 원어치의 식·음료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발생 당시 피해자는 인근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생활고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 자신의 범행이 강력 범죄 등 계획범죄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가 10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 "미리 계획된 인명 경시에 의한 흉악범죄"


그러나 강 씨 진술 내용과 달리 강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일종의 범행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몇 달간 월세를 내지 못한 강 씨는 지난달 28일 주거지에서 나와 범행을 결심했다.


사흘간 자신 소유의 탑차에서 생활하며 오일시장 인근과 공원 등을 배회,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결국, 같은 달 30일 범행을 저지른 강 씨는 범행 5시간 만인 31일 0시17분께 범행 현장을 다시 찾아 시신을 옮기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완전 범죄를 꿈꾸기도 했다. 생활고로 인한 단순 범죄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여성 인터넷방송 BJ에게 환심을 사려고 후원하며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는 여성 BJ들에게 최소 10만 원부터 최고 200만 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대출과 생활비에 이어 사이버 머니 비용 등으로 5500만 원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돼 택배 일을 그만뒀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 씨 범행을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인식은 조금도 없이 오직 돈만을 노리는 심리 상태에 푹 빠져 있었다. 미리 계획된 인명 경시에 의한 흉악범죄"라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


앞서 피해자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7일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도보로 1시간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딸은 '운동 겸 걷는다'는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껴 저축하기 위해 매일 걸어 다녔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이어 "피의자는 1t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했다는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내 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13일 오전 6시 기준 3만6,789명이 동의했다. 또 지난 3일 자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 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현재 13만명이 동의했다.


전문가 역시 강 씨 범행 과정을 보면 단순 우발적 범행이 아닌 치밀한 계획범죄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는 개념은 일단 (범행 결심으로부터 범죄 발생까지) 시간적인 간격이 아주 짧다. 그런데 강 씨는 자신의 탑차 등을 이용해 범행 장소를 물색, 또 범행 대상도 노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대상을 특정하고 여성이 가는 것을 뒤따라갔다. 이런 범행 과정으로 볼 때 계획범죄로 볼 수 있다. 또한 저항하니까 가지고 있던 흉기를 가지고 살해했다. 전형적인 계획범죄다"라고 강조했다.

AD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현금 만원을 가지고 간 것에 대해서는 "보통 범죄자들은 돈에 관심이 많다"면서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이왕 범행을 저지른 상황이라면 피해자 금품 등을 갈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