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나한테 참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이가 많아졌다. 트렌드도 사람도 빠르게 변하는 이 광고 바닥에서 25년째 필드에서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살기도 쉽지 않은데,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연이어 계속되는 촬영들이 있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감사한 일이다.
디지털 시대 이후 사진을 비롯한 패션 트렌드는 더 빠르게 변화했고, 더 빨리 식상해졌으며 패션잡지 에디터는 점점 어려졌고, 반대로 나는 점점 나이 먹어 갔다. 너희의 젊음이 포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이 형벌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화보를 하나 찍더라도 스태프 모두가 하나 되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남기려는 의지도, 나의 작업이라는 인식도 사라진 지 오래인 듯 보였다. 사진가나 헤어 메이크업 같은 프리랜서 스태프들은 마흔 초반부터 '꼰대' 취급을 받으니 젊은 스태프에서 제외되는 건 당연하고 허다한 일이 된 것이다. 그 나이를 훌쩍 넘은 내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게 놀랍고 대단하단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마흔을 넘으며 고민도 많았다. 과연 언제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을까? 내 앞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처럼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개인 작업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바닥의 '함께 하는 에너지'를, 촬영 날 아침 긴장감 도는 나의 예민함과 심장 소리를 더 즐기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이 바닥에서 더 길게 오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딱 떨어지는 답을 못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또 몇 년이 지난 요즈음,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격언을 행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삶의 많은 부분이 적용되는 명언이지만 사진가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커머셜 사진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광고주와 모델 아트디렉트 혹은 에디터, 헤어아티스트, 메이크업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와 세트팀, 마케팅 등. 촬영장에 모여든 사람들만 보통 30~40명이 넘는다. 그들 중 그 누구 하나 왜 소중하지 않겠냐만은. 나의 경우는 콘셉트와 비주얼의 방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애기를 나누는 아트디렉터와 헤어·메이컵 아티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아직 소통에 거칠고 미흡했던 시절, 그들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함께 10년, 20년 같이 작업해오며 그들도 나도 서로 이해해가며 함께 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사진가들도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지난 몇 달 동안 나와 작업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그들 또한 나와 오랜 인연이 있는 이들이었다. 꾸준히 20년 넘게 일해 온 이, 다른 사진가에게 갔다가 돌아온 이, 언제나 나를 뒤에서 밀어주는 이, 늘 함께 손 잡고 가는 이. 늘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이, 그들 또한 나와 함께 멀리 걸어가는 중이다.
며칠 전 촬영이 끝나고 간단히 저녁 겸 술한잔 마시는데 나랑 십여년 만에 같이 일하게 됐다는 대행사 피디가 말했다.
"성격이 참 많이 부드러워지셨네요~"
"그런가요?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으며 살아왔나봐요" 하고 웃었다.
나는 오래 이 바닥에서 일을 즐기고 싶다. 이 일을 너무 사랑하고 일을 할 때 늘 내가 살아 숨 쉼을 느낀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와 다르게 내 마음은 늘 30대에 머물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의 오랜 우상인 대가 리처드 아베든처럼 팔순을 넘긴 나이에 어떤 프로젝트를 오랜 파트너들과 함께 하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 당신들이 지각하고 있든 아니든, 나의 파트너들이여 부디 오래오래 같이 멀리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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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사진작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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