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4일 의료파업을 중지하는 정책협약에 합의했다. 핵심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공공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의ㆍ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날 서명식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다. 이로써 의료파업은 15일 만에 일단락됐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더 이상의 혼란을 끝내고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이를 이 대표 취임 후 첫 성과로 꼽고 있다. 이날 의협과의 합의를 사실상 주도한 이 대표도 합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가 평가하듯이 정말 '성과'가 맞을까.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려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8월 말만 하더라도 정부와 민주당의 의지는 단호했다. 정부는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단호한 대응을 수차례 강조했다. 민주당은 비상상황에서 국민을 볼모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국가적 재난을 이용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것과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전시 상황이 되면 휴가 나갔던 군인들도 복귀해 총을 든다며 '강력대처'를 천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 입장은 불과 며칠 만에 달라졌다. 법과 원칙은 스스로 무시해버렸으며 강력대처 방침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에 뒤질세라 정부도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고발 조치된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라면 정부와 민주당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합의문 다섯 개 어디를 봐도 정부와 민주당의 공공의료 의지가 반영된 조항은 없다. 원점, 재논의, 예산, 근로조건 개선, 의료인 보호 등 대부분 의사들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의사들에게 백기투항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과 환자들에게 백기투항 했다는 식의 궤변을 내놓고 있다.
당초 정부가 밝혔던 의사 수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자체가 국민과 환자를 위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은 공공의료 확대가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 또 이를 위해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의사 수 증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그러나 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국민과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뛰쳐나간 쪽은 의사들이다. 민주당은 결국 그런 의사들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그럼에도 국민과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민주당 주장은 오만 아니면 '내로남불'의 몰염치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이 대표의 첫 성과로 꼽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굴복한 것 자체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공공의료의 원칙이 짓밟히고, 의사들의 탈법적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식의 국정운영은 앞으로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사실상 제대로 된 '공공의료의 길'은 이제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앞으로 의사들에게 더 큰 밥그릇을 채워주지 않으면 협의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또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동원한다면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결국 '완승'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민과 환자, 그리고 법치와 정의를 말 할 수 있겠는가.
마치 전시 같은 상황에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환자들까지 버리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거기에 굴복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폭발할 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 때도 민주당은 법과 원칙, 강력대처를 말 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이번 이 대표의 합의는 성과가 아니라 실패다. 왜 실패인지를 아직도 모르겠다면 일단 '의문의 1패'로 남겨도 좋다. 그 의문을 알 때가 그리 멀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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