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국익 우선주의와 국제사회의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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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최신 저서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은 미국 뿐 아니라 각국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이미지로만 각인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대화와 정상회담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된 여파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를 이끄는데 있어 '국익'과 '국제사회 일원'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어떻게 고려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 '국익'이라는 단 하나의 고려사항만 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재확인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집권 후 국제조약에서 줄탈퇴하기 시작했다. 파리기후협약을 비롯해 이란과의 핵합의도 파기했으며 독일 등 동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협정에서도 발을 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파리기후협약에 대해 서명국이 국가목표를 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목표가 명확치 않고 강제할 메커니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을 가장한 신학"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등이 참여한 오픈스카이스(항공자유화조약) 역시 '영공만 내주는 꼴'이라며 무력화했다.

조약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데 이어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도 충원하지 않아 사실상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약화, 관세전쟁, 동맹도 불사한 제재 역시 모두 국익이라는 맥락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재임기간 추진했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탈퇴는 국익을 극단적으로 고려한 사례다. CTBT는 새로운 핵개발ㆍ부분핵실험금지조약(PTBT)에서 제외된 지하핵실험 등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기 위해 1996년 9월 유엔총회에서 결의된 국제조약이다. 볼턴은 1992년 이후 중단했던 지하 핵실험을 재개하기 위해선 CTBT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도 등 핵보유국이 CTBT에 가입돼 있지 않아 언제든 실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은 것과 달리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서에서 "미국은 조약을 체결했지만 의회 비준을 받지 않은 상태"라며 "하지만 국제법이라는 어중간한 상태에 사로잡혀 있다"고 밝혔다. 비엔나협약에 따라 비준을 받지 않더라도 체결된 조약을 따라야 하는 '국제법 관습'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에서 나왔지만 국제사회 일원 보다 국익에 대폭 무게를 실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방향을 보면 그의 기운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우선주의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리더십과의 절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익을 추구하지 않는 나라는 전세계 단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국제 평화와 질서를 위해 국가간 지켜야 할 가치도 분명 있다. 다른 나라가 지키지 않는다고 기후협약을 버리면 지구는 더욱 빨리 오염될 것이고, 핵실험 규제를 받지 않는 나라를 견제한다고 각자의 길을 걷는다면 결과는 공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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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대선에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초접전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결과는 예측불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가 4년 더 연장된다면 미국 정권사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과 이후로 분명히 나뉠 것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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