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 즉 돈벌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근본 기제를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으로 보았다. 그는 국가의 부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잘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을 억압하기보다는 적극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시장의 실패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인간의 이기심이야말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명제는 지난 200여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돼왔다. 시장경제주의하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역시 인간의 자연적인 충동을 어떻게 하면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과연 정부가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달에 한 번씩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을 보면 집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죄악시하고 집 가진 자를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작용이 생기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 잇따른다.


우리 국민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좋은 학군을 찾아다닌다. 결혼하는 자식에겐 전세 자금이라도 보태줘야 부모로서 마지막 역할을 다한 것 같다. 전세살이를 전전하던 자식은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갖고서야 비로소 자립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노후가 불안해진 베이비붐 세대는 자식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월세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주택자가 되려고 한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 세대들은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직장이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한다. 부동산 정책은 이러한 기본적 욕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매주 주말 서울 한복판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다. 여기 참가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내가 왜 투기꾼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하소연 일색이다. 열심히 한 푼 두 푼 모아 집을 샀고 노후 준비를 위해 임대사업에 나섰는데 갑자기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으로 모는 이들의 모습이다.


공무원들도 알고 보면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은 집을 팔아라"라고 압박했다.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는 공직자들이 요지에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다면 이해 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모든 공무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집을 매각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자유시장주의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규제하면 규제할수록 이를 회피할 수단을 찾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규제라 할지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규제의 역설이다. 집주인에게 부과한 세금은 결국 임차인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자마자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이쯤 되면 정말로 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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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온갖 엄포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동산시장 감시 상설기구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권위주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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