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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의 오독오독] 돈가스집 사위이자 고분자공학박스의 결론 "튀김은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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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의 오독오독] 돈가스집 사위이자 고분자공학박스의 결론 "튀김은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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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이라니, 너는 이미 주문하고 있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염색 안 된 천연 소가죽 신발의 경우 밀가루나 빵가루를 입혀 튀기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음식을 튀기면 지방 맛이 흠뻑 머금게 돼 그 자체로 맛있고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재료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사람이 있다. 서울대에서 고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로 과학기술 정책을 오래 담당했고 지금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이력은 20년 전통의 돈가스집 사위. 요리와 접점은 그 정도가 전부일 듯하다. 저자 임두원의 '튀김의 발견'은 위에 나열한 그의 이력처럼 혼란스러운 책이다.


총 6장으로 이뤄진 책의 목차를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장이다. 각국의 대표 튀김 요리를 다룬다. 일본의 '돈카츠', 미국의 '프라이드 치킨', 영국의 '피시앤칩스' 등을 다룬 일화는 "이 정도면 많이들 알고 있는데" 하고 푸념하면서 넘기게 된다.


그러나 다음 장부터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자는 튀김이 바삭한 이유, 튀김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온도 등등 과학적인 조리법,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반응 등 음식이 튀겨지면서 맛있어지는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게다가 어떤 재료를 써야 하며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과학적 근거로 제시한다. 박찬일 셰프가 추천사에서 메모하면서 읽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튀김을 원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지방은 다른 영양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생존과 번영이라는 차원에서 양질의 지방을 자연스레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질의 지방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맛과 보관성까지 좋은 튀김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튀김이라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튀김은 특별한 감정을 던져주기도 한다. 뭔가 일상적이면서 약간 특별하고 추억의 느낌도 나는 위로의 음식이라고나 할까.


공신력 있는 설문조사 결과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3대 튀김이라면 치킨, 라면, 돈가스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이들 음식은 스토리 자체가 다른 튀김에 비해 압도적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국의 치킨집이 세계 전역의 맥도널드 매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이다. 이 정도이니 한국에서 치킨의 위상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름에 '느님'이 붙는 유일무이한 지존이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2016년 한국인 1인당 연평균 라면 76개를 소비했다. 5일에 한 번씩 꼭 먹는다는 얘기다. 단연 세계 1위다. 배 고파서 먹고, 입이 텁텁해 먹고, 고기 먹은 뒤 속이 느끼해 먹고, 술 마신 다음 날에도 먹는다.


우리에게 '돈까스'라는 발음이 귀에 더 익숙한 돈가스는 사랑받는 도시락 메뉴 가운데 하나다. 채식주의자를 제외하면 호불호도 거의 없다. 낯선 고속도로 휴게소, 대중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후회할 확률이 가장 적은 음식이다.


글을 쓰다 보니 튀김류가 당긴다. 오늘은 가볍게 물반죽으로 튀긴 옛날 통닭이나 한 마리 할까. 야구 중계를 보니 치킨이 먹고 싶다? 뭐 간단하게 먹을 게 없을까 생각했더니 라면이 확 떠오른다? 이 모두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과학자의 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튀김 많이 먹겠습니다. 쌩유, 과학자님.


[이근형의 오독오독] 돈가스집 사위이자 고분자공학박스의 결론 "튀김은 본능" 원본보기 아이콘

튀김의 발견 / 임두원 지음 / 부키 / 1만48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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