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대형병원서 경증질환 치료시 본인부담 ↑
경증·만성 질환, 지역 내 일차의료기관 진료 유도
강남, 의료기관 많으나 포괄적 진료 접근성은 떨어져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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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의료보험증'에 명시된 지역에서만 진료받도록 한 진료권 개념이 폐지된 1998년 이후, 환자는 어느 병원이든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 문턱은 낮아졌지만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십수년간 이어졌다. 서울 등 수도권에 대형 병원이 몰리면서 지역간 의료격차가 커졌다는 비판도 받는다.


사는 지역에 대형병원이 많은 게 무조건 이득은 아니다. 큰 병원일수록 수가가 가산돼 환자의 본인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감기 같은 경증질환이나 당뇨ㆍ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부담이 적고 수시로 찾을 수 있도록 집 근처의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병원이 낫다.

보건당국이 의료전달체계를 손보려는 것도 이처럼 환자의 특성이나 질환의 정도를 감안해 적합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걸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추이와 배치된다. 보장성 강화란 환자 개인이나 가정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의 부담을 늘리는 대책이다. 이렇게 되면 가벼운 질환의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찾게 할 유인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질환에 대한 수가를 낮추면서도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식의 개선방안이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큰 병원에서는 중증환자나 희귀질환, 작은 병원에서는 경증ㆍ만성질환 위주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이렇게 되면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진료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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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의료기관·병상·의원수 전국 최상위권이나
기능적 일차의료기관 비율 서울 절반·전국 3분의 1 불과

전국구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의료기관은 2559개(2017년 기준, 통계청)다. 서울은 물론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압도적 1위다. 두번째로 많은 경기 성남시가 1561개다. 강남구의 병상수는 8368개(2018년 기준)로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세번째로 많다. 대형 병원이 많기도 하지만 소규모 의료기관, 의원도 많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1543개로 2위 성남시(729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병원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의료기관의 기능, 즉 어떤 치료를 하는지에 따라 분류해보면 전혀 다른 지표가 나온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기능에 따라 의원을 분류해보니, 강남구에 있는 '기능적 일차의료의원'은 11% 정도로 집계됐다. 서울 내 평균치가 21%, 전국 평균치가 31% 정도인 것에 견줘보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강남구에는 전문의원 비중이 70%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구분은 박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에 실제 청구된 자료(2017년)를 이용해 분류한 것으로,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이란 지역사회 다빈도 필수 10개 진료영역을 모두 청구하는 의료기관으로 정의했다. 특정영역의 진료가 60% 이상을 차지하면 전문의원으로, 기능적 일차의료기관과 전문의원 사이에 있으면 경계성의원으로 구분했다.


박 교수는 "강남에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이 적은 건 지역 내 대형병원이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하는데다 비싼 임대료로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비급여 위주의 의료기관이 몰려있기 때문으포 풀이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문호남 기자 munonam@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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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서 환자부담 대형병원 절반 이하
병원 꾸준히 찾아 심뇌혈관·관상동맥질환 확률도 낮춰

일차의료기관은 건강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가 가장 먼저 방문하고 꾸준히 환자와 관계를 맺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필요할 경우 큰 병원에 보내는 걸 유도한다. 여러 건강문제에 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포괄성이 일차의료의 핵심속성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ㆍ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의 접근성이 높은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이 큰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2011년 신규 당뇨환자 20만586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단골의사가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에 있다면 보다 꾸준히 찾을 수 있는 한편 의료비는 더 낮았다. 당뇨와 관련한 본인이 부담하는 평균 의료비용도 4만원 수준으로 종합병원(8.1만원), 상급종합병원(12.3만원)에 비해 2분의 1,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 이들 당뇨 환자를 6년간 추적해본 결과, 환자가 흔히 찾는 의료기관이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일 경우 심뇌혈관질환이나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전문의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고지혈증 환자에 대해서도 의료이용 지속성을 높여 약물순응도를 개선하는 등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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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복합만성질환자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사회 내에서 포괄적 진료, 지속적 진료를 가능케 하는 기능적 일차의료체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강남에 사는 만성질환자라고 해서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지역 내 전문의원과 기능적 일차의료기관간 의뢰하거나 회송하는 등 진료협력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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