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 성폭력 잇따라 발생…소수자 혐오 발언 '봇물'
일각에선 "소수자성 약점으로 비난하는 것 옳지 않다" 비판
전문가 "사회적 혐오, 사회적 소수자의 시민권 부인하는 것"
인권위,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하다는 의견 국회 전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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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최근 동성 간 성범죄 발생 사실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 등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들은 가해자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이같은 비난 자체가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로 작용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전반에 확산한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의 시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한국 고위 외교관 A 씨가 주뉴질랜드대사관에 근무했던 당시 현지 남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5일 뉴스허브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7년 말 해당 직원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도 A 씨는 대사관 소재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현지 온라인매체 스터프에 따르면, A 씨는 "나는 동성애자도 성도착자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나보다 힘센 백인 남자를 성적으로 추행할 수 있겠느냐"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남 영광 소재 한 중학교 기숙사에서도 동성 간 성폭력이 벌어진 사실이 최근 알려진 바 있다.


29일 영광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본부장으로 한 영광학폭사고처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B 군은 지난 6월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기숙사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수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 군은 지난 3일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으로 숨졌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교내 동급생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호소하는 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교내 동급생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호소하는 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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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포털사이트 댓글 및 SNS 등을 중심으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동성애 XX들 격리하는 게 범죄 예방", "동성애가 죄다" 등 취지의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비난이 소수자성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성폭력 가해 행위는 그 자체로서 비판·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빌미로 특정 소수자들을 비난하는 여론을 만드는 것은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비난의 화살을 성소수자에게 돌리면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생 C(23) 씨는 "성폭력은 물론 발생하면 안 되는 일이고, 가해자들은 모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D(31) 씨 또한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러니까 이성애자들이 문제'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며 "범죄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 전체를 향한 혐오를 그만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결과 국민 대다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2%는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93.3%는 차별에 대해 "해소를 위해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회문제"라고 답했다.


특히 '모든 사람은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한 존재'라는 인식에 93.3%가 동의했으며,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한 존재', '여성, 장애인, 아동, 노인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 등의 항목에 대해서는 각각 73.6%, 92.1%가 동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 통과와 평등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 통과와 평등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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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같은 혐오 발언을 비롯, 일상화된 혐오와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영택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 사무관은 지난 9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개최한 포럼에서 "혐오 표현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고 구조적 차별을 강화하며 민주주의 왜곡, 사회통합 저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며 "온라인 혐오표현 해결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 적용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처벌받지 않으면 혐오 표현이 아니라는 인식이 존재하는데 현행법 규제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기대고 있다. 혐오 표현을 불법화하는 법이 없는 상황이라 규제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사회적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의 시민권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의 평등 개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대한 법률'(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법·인권 전공 교수·연구자들은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학교수 및 연구자 248명이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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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차별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차별금지 사유와 차별금지 영역을 넘어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기본 법제가 필요하다"며 "세계 주요 국가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단일 차별 시정 기구를 설치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차별 행위의 구체적인 유형, 차별 시정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차별 시정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조치 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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