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경험, '정치 블루칩' 평가…2007년 1월16일 기자회견 없이 대선출마 포기, 대선 레이스 격랑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대선주자 '최고의 스펙' 고건도 넘지 못한 '의문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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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벽이 높아 현실 정치의 한계를 느꼈다.” 2007년 1월16일 고건 전 국무총리가 성명서를 통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7년 대선 판도를 갈랐던 결정적인 순간이다. 고건 전 총리는 불출마 마음을 굳혔지만 기자회견도 해보지 못한 채 뜻을 접어야 했다.

고건 전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불출마 반대’를 외치며 기자회견장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일부 지지자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암시하며 대선 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선을 향한 대장정은 그날 이후로 동력을 잃었다.


정치권 러브콜 0순위였던 고건 대선후보 카드는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여권은 고건이라는 두 글자만 바라보며 2007년 대선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고건 전 총리는 한때 지지율 30%를 내달릴 정도로 유력한 주자로 평가 받았다.

참여정부 임기 말에 치른 2007년 대선은 당시 여당의 고전이 예상된 선거였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이명박·박근혜라는 유력 정치인들이 지지율 고공 행진을 벌이면서 ‘대선출마=당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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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권 주요 후보들은 고건 전 총리를 제외하면 1%대 수준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였다. 고건이라는 유력 대선 카드의 사라지자 여권은 대안 부재의 현실에 직면했다. 2007년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여권에는 날벼락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이다. 여당 대선후보 선출 가능성이 높고 본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 판단했다면 불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정당의 벽이 높다는 고건 전 총리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고건 전 총리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국회의원과 내무부 장관, 서울특별시장을 지냈으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한 인물이다.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지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식견이나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이해와 장악력, 정치권 안팎의 폭넓은 인맥은 그의 강점이다. 특히 행정 경험을 토대로 스펙을 견준다면 역대 어떤 대선주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최고 스펙의 보유자다.


문제는 경험과 안정감만으로는 대선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의도 정치 바깥에서 활동한 인물이 정당에 들어와 당내 경선을 통과하려면 개인 지지도는 물론이고 조직과 후원 그룹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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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핵심 세력들이 그를 확실하게 뒷받침하지 않을 경우 정당의 벽에 막혀 한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본선은커녕 당내 경선 통과도 자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유력한 경쟁 후보였던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대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던 후보가 사라지면서 정치 역동성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당 안팎의 세력을 규합해 ‘신당’을 출범시킨 뒤 승부수를 거는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선봉에 설 인물은 마땅치 않았다. 여권의 대선전망이 불투명해지면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지지층의 균열과 함께 대선 경쟁력이 더욱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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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은 당시 범여권의 기록적인 패배로 마무리됐다.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켜 대선에 임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만약 고건 전 총리가 대선 후보로 나섰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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