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10개 가운데 6개 이상이 20인 이하 소규모 운영
규모 작은 자산운용사 어려움으로 '인력'과 '내부통제' 꼽혀

[우후죽순 자산운용사]인력·내부통제 부실…사모펀드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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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자산운용사 부실이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는 모두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리스크 관리 등의 미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10개 가운데 6개 이상이 20인 이하 소규모로 운영되면서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할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자산운용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문자생산방식(OEM) 펀드 등 판매사의 요구를 들어줘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졌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임직원 10명 이하인 자산운용사는 총 90개로 집계됐다. 등록된 자산운용사 300개 중 30%를 차지한다. 임직원 11~20명인 경우도 104개나 됐다. 자산운용사 64.6%가 20인 이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과 '내부통제'가 꼽힌다. 직원 수가 회사의 능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 발생 시 대형 자산운용사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컴플라이언스 등 지원부서의 한계가 두드러진다.


최근 발생한 라임, 옵티머스 사태도 컴플라이언스 체계 및 리스크 관리 기능 미진을 이유로 환매중단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약 6조원을 굴리면서도 임직원 수는 사태가 터지기 전이었던 지난해 6월30일 기준 54명이었다.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올해 3월31일 기준 임직원 수가 12명에 불과했다. 종합 자산운용사의 경우 임직원 수가 적게는 100여명에서 많게는 900명인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자산운용사는 규모의 경제가 있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돌아가게 돼 있는데 작은 곳은 운용 인력만 있을 확률이 높다"며 "결국 라임이든 옵티머스든 사고 나는 부분은 컴플라이언스 또는 리스크 관리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대형사들은 평판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에 돈을 많이 들여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매니저들과 싸워가면서까지 해서 독단적 결정을 막는다"며 "이에 반해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은 생존이 먼저다 보니 굳이 인력에 투자하지 않는 데다 투자해야 한다면 매니저 한 명을 더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는 2015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며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등록 요건을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전문 운용 인력 최소 3명 이상, 공모 운용사와 비슷한 수준의 물적 설비 등으로 내세웠다.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 진입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후 자기자본 요건은 10억원으로 더 낮췄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사모 운용사 신설은 늘었고, 투자자문사에서 사모 운용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라임자산운용도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했다. 늘어나는 자산운용사만큼 필요한 인력도 증가했지만 인력풀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나 리스크 관리 관련 인력은 늘 부족한 상황이다.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가 증권사 등 판매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펀드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도 생겨났다. 운용사 숫자가 급증하면서 상품 판매 주도권이 판매사 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OEM 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OEM 펀드는 펀드 판매사의 명령·요청 등에 따라 만든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NH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 OEM 방식으로 펀드를 주문해 투자자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한 혐의로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도 OEM 펀드를 만들었던 2018년 초 기준 임직원 수가 각각 33명, 10명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OEM 펀드라도 만들면 운용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수탁액도 늘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끔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도 "소규모 자산운용사의 가장 큰 목표가 판매사 하나를 뚫는 것인데 이를 위해 상품을 판매사 요구대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모펀드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일반 투자자 규제 요건 완화가 맞물리며 각종 사고가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최소투자금액 기준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시장은 2014년 말 172조원에서 올해 3월 말 414조원으로 커졌다.


사모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당국은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말부터 일반투자자 요건을 최소투자금액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위험 식별·관리를 위한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소투자금액이 3억원이 되면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줄어들게 돼 좀 더 전문투자자나 기관 쪽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인원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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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도 계속되는 사모펀드 사태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진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사모펀드시장 건전화 방안을 추진한다. 전문 사모운용사 내부통제를 위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 등을 제작·배포해 실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취약점이 발견된 곳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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