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발 피크오일 논란 가중
코로나19로 인해 피크오일 앞당겨져
"이미 지났다" vs "곧 임박" vs "아직 멀었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또다시 '피크오일(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래하는 시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피크오일이 지났거나, 지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2030년 이전에는 어림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마이너스 유가를 경험케 한 코로나19가 피크오일에 분명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에는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피크오일 이론은 에너지 수급 등 구조변화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주목돼왔다. 논쟁은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석유 시대의 종언?'…코로나19가 점화시킨 '피크오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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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불거진 피크오일 논쟁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과거엔 공급이 원유 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었다. 새로운 유정이 나타나지 않거나 전쟁 등으로 석유 생산이 한계에 부딪혀 원유 생산량이 정점을 찍으면서 시장에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과거 예상보다 지구상에 원유 매장량이 많은 데다 셰일가스 등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채굴 가능한 원유가 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피크오일 논쟁은 수요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기후 변화나 환경 오염 문제 등으로 석유 등 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원유 사용량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활동이 멈추고 여행 등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대격변이 나타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유전 개발 노력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반면 친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석유가 필요 없는 전기차 수요는 커지고 있다. 수요 감소로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피크오일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미 원유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요 부문에서 변화를 감지했다. 유럽의 주요 원유생산업체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 등이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펴면 2040년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이 2018년보다 30% 이상 줄어 하루 원유 소비량이 70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물론 정책 방향이 달라지지 않으면 원유 수요가 향후 10년간 늘어나는 등 피크오일을 비켜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포린폴리시(FP)는 원유 장기 수요는 인구 증가율이나 경제 활동, 에너지 효율화 등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장기 원유 수요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에너지 기업과 신용평가사들은 피크오일이 지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셰일업체 파슬리 에너지의 매트 갤러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의 원유 생산 규모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갤러허 CE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전에 다시 미국이 하루에 원유를 1300만배럴 생산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리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석유 산업은 이동성, 쾌적함과 관련된 산업인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움직이는 문제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 데다, (냉난방 등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혁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무디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효과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무디스는 "경제 성장 부진, 탈(脫) 탄소화 흐름, 피크오일 가능성 등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이르면 2025년이 돼야 원유 수요가 회복될 수 있고, 아예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의 석유업체 BP의 버나드 루니 CEO도 지난 5월 "이미 수요 측면에서 피크오일이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피크오일 시점 전망을 앞당겼다. 리스타드의 분석 책임자 페르 마그누스 니스빈은 "피크오일 시점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면서 "그동안 2030년 전후로 피크오일이 발생할 것으로 봤는데, 이제는 2027~2028년 사이로 예상한다"고 예상했다. 2023~2025년 사이에 유가가 폭등하지만 코로나19로 원유 생산업체들이 유전개발 등에 투자를 줄인 상황이어서 공급을 즉각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전기차 등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결국 가솔린ㆍ디젤 자동차가 시장에서 밀려나는 수순을 밟게 된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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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30년까지 피크오일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2년에는 하루 원유 수요가 1억배럴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최근 예측했다. 이어 2030년 이전에는 피크오일에 이르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견조한 경제성장세, 개발도상국의 인구구조학적 특징,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가 등이 원유 수요를 늘릴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비(非)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석유화학 등이 향후 10년간 원유 수요를 이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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