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등 5개 경제단체,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 신중 도입 의견서 제출 "경제활동 위축시키는 규제 다수 포함"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신중하게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계 공동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들 경제단체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 일변도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향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신규로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신규로 편입하는 경우 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20%·비상장사 40%에서 각각 10%포인트씩 높이도록 했다.

"지주사 지분율 규제, 일자리 24만개 상실"…재계, 공정거래법 개정안 '신중 도입' 의견서
AD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일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분 매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계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가정 시 지분 확보에만 약 30조9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비용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4만4086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례로 SK텔레콤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른 지분율 규제를 적용받는다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6조2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동일 비용을 투자할 경우 창출 가능한 일자리는 4만여개로 추산됐다.


그동안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 유도 정책과도 상충한다. 정부는 1999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이래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해 왔다. 이들 경제단체는 "수십년 동안 지속한 지주회사 규제 완화 기조의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기업 환경 악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지주회사의 행위를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예고안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거래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순응을 위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경우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는 신호로 인식돼 주가는 떨어지고 소수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013년 일감몰아주기 규정 도입 당시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5.7%였으나 지난해에는 11.2%로 감소했다.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는 제도 간 충돌의 여지가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축소하도록 하는 반면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는 이들의 지분을 높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경제단체는 "지주회사는 지금도 일반 기업집단에 비해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제도 간 충돌로 인한 피해까지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입법예고안에 따라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고소·고발 건수는 48만8954건인데, 인구가 2배인 일본은 연간 1만건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경제 단체는 "고소·고발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고소·고발 남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시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 조사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주사 지분율 규제, 일자리 24만개 상실"…재계, 공정거래법 개정안 '신중 도입' 의견서 원본보기 아이콘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 남소(濫訴)로 인해 기업 경영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양한 협력 업체와 공정이 연결된 제조업의 경우 일부 업체의 영업중지는 전체 공정의 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인의 금지청구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게 증가한다. 일례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철강(원료)→부품 제작→조립→물류→판매 등 공정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1개 과정이 멈추면 제품의 생산과 유통이 마비된다. 무혐의 처분을 받아 다시 영업을 재개해도 일단 발생한 매출 감소, 신용 저하 등은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경쟁사가 상대방에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고 소송을 남발할 우려도 상존한다.


이들 경제단체는 "우리나라는 과징금 외에도 형사고발, 시정조치, 과태료 및 민사적인 손해배상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하게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법예고안에 따라 과징금까지 상향될 경우 신규 투자나 성장동력 발굴이 아닌 사법 리스크 관리에 기업의 자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행정처벌(과징금)이 동시에 부과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D

입법예고안은 유형별 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상한을 상향 조정했다. 담합은 매출액 대비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올릴 예정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