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도시순례]도시와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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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를 올리고 여기에 더해 주택을 구입할 때 납부하는 취득세를 대폭 상향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주택을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과정에 대한 세금의 인상은 주택 소유에 따른 이익을 감소시켜 시장에 많은 매물이 등장하게 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반면 필수재인 주택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지워 삶을 퍽퍽하게 만들고,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경기를 더 침체하게 할 수도 있다.

좁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 거주
도시,귀중한 세금 원천의 역할

세금은 사람들이 공동체와 사회를 형성하면서 징수되기 시작했다. 그 형태는 현물이나 사람의 노동력을 거쳐 화폐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사회구성원이 사회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의 부담을 지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역사는 누가 누구에게서 얼마만큼의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징수하고 어떻게 쓰느냐를 둘러싼 반목과 갈등의 역사이기도 하다.


도시는 세금을 걷는 입장에서 보면 아주 유리한 곳이다.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기 때문에 동일한 세금을 걷어도 농촌 지역보다 더 쉽게, 더 많이 징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도시에는 많은 부가 축적돼 있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 도시는 항상 귀중한 세금의 원천으로 역할을 해왔다.

도시에서 징수되는 세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주택 등 보유한 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재산세다. 너무나 당연하게 재산세를 납부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좀 이상한 면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세금의 기본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다. 그런데 재산세는 그 재산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소득이 없음에도 납부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취득세도 크게 보면 몇 년 치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선납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재산세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한다.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제공하는 각종 행정 서비스에 대한 비용 개념이기 때문이다.

각종 행정서비스 비용 개념으로
재산세는 대부분 지자체가 징수

특정한 공간을 영역으로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은 공간 내에 항상 존재하는 토지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징수하게 된다. 그래서 고가의 토지나 주택을 보유한 경우 더 많은 부담을 질 여력이 있다고 간주해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도시가 성장하기 시작할 때는 세금을 납부할 사람과 건물 등이 부족해 지자체는 토지를 판매해서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게 된다. 낯설게 들리겠지만 서울시도 1990년대 초반까지 '체비지'라는 명목으로 시가 보유한 토지를 매각해 수입을 올렸다. 이것을 재원으로 하여 공무원 급여 지급은 물론 도로 및 지하철 건설 등의 사업을 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주택과 건물, 사람과 기업이 들어서면 이제 토지 판매 대신 재산세를 징수해 행정 비용을 조달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토지 판매와 각종 개발 사업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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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유에 대한 재산세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등장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의 재산세율은 너무 낮다'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매년 주택 시가의 1% 이상을 재산세로 징수하는 데 비해 우리는 세율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이를 올리는 것은 과도한 세금 인상이 아니라 국제적인 기준으로의 변화라는 것이다. 시가의 1%는 매우 큰 값이다. 이를 적용하면 10억원의 주택을 보유한 소유주는 매년 1000만원을 재산세로 납부해야 한다. 작지 않은 부담이다.

주택값 상승에 고율 재산세 부과
지역간 부익부·빈익빈 현상 우려

그런데 왜 미국에서는 이러한 부담, 심지어 더 높은 세율에도 재산세를 둘러싼 논란이 적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렇게 납부한 세금의 전액 또는 일정 부분을 소득에서 공제해 소득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납세 기준이 '구매 가격'이기 때문이다. 20년 전 5000만원을 주고 주택을 구매해 계속 보유하는 경우 기준이 되는 가격은 여전히 5000만원이다. 그 금액의 1%라고 하면 5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동일한 주택을 나중에 5억원을 주고 구입한 소유주는 5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한 주택을 장기적으로 보유해 거주할 경우 실제 부담은 크지 않다. 셋째는 징수된 세금이 주택이 있는 곳에 대부분 사용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높아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곳은 그것을 재원으로 각종 기반시설과 더불어 특히 학교에 투자를 한다. 내가 납부한 세금의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세율에도 거부감이 크지 않다. 막연히 세율 차이로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택 가격의 상승에 따라 고율의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커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가 주택이 집중된 곳은 증가한 세수를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데 비해 그렇지 못한 곳은 투자 여력이 부족해 더 낙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인 서울시가 재산세의 절반을 가져가 25개 구청에 균등 배분해 일정 부분 편차를 해소한다. 서울 내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징수 보유세 연간 16조원
주택값 안정수단 활용 논란 커져

도시를 빼곡하게 채운 주택과 건축물은 막대한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토지, 건물, 주택 등을 모두 합하면 1경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대해 징수되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더한 보유세는 연간 약 16조원이다. 금액 규모로 보면 꽤 커 보이지만 비율로 따지면 0.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근 일각에서 국민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보유세 인상이 제기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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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누구도 원해서 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징벌의 수단이 돼서도 곤란하다. 주택 가격 안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불행하다. 도시의 주택과 건물에 대해 얼마만큼의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적절한 수준인지로 논의를 전환할 시점이 됐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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