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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공적 마스크의 경제학

최종수정 2020.07.06 11:50 기사입력 2020.07.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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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연초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름으로 접어든 요즘도 여전하다. 그새 우리네 일상이 크게 달라진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마스크를 안 쓰면 지하철도 버스도 못 타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이런 낯선 변화의 와중에서 우리 국민은 드문 경험을 했다. ‘마스크 수급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난 3월 실시한 공적 마스크 5부제 말이다. 무상은 아니었지만 1인당 구입 한도를 주 2개로 제한한 점에서 5부제는 계획경제 하의 배급제에 가까웠다. 이후 수급 안정으로 5부제 자체는 지난 6월 일단 폐지되었고 1인당 구매한도는 지난달 중순부터 주 10개로 늘었다. 연장될 지도 모르지만 수급안정화 대책도 현재로서는 이달 1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5부제를 통해 우리 국민은 계획경제의 상시적 특징인 배급제를 한동안 몸소 체험했다. 한마디로, 불편했다.


우선, 마스크를 사기 위해 다들 신분증을 들고 동네 약국 앞에 긴 줄을 서야 했다. 마스크가 동나서 허탕 치는 일도 초기에는 드물지 않았다. 연로한 부모나 어린 자녀들 몫을 다른 가족이 대신 구입하기도 어려웠다.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값이 두 배로 뛴 마스크를 내 돈 주고 사야 했고 턱없이 적은 수량으로 1주일을 견뎌야 했다. 지금도 가격은 지난 3월의 1500원 그대로다. 시장상황은 개선됐지만 정부와 업체가 맺은 당초 계약에 가격이 내내 묶인 탓이다.


그뿐인가. 제도 시행 초기부터 각종 의혹과 논란이 만발했다. 마스크 유통업체를 처음엔 한 곳만 선정했다가 그 배경을 놓고 정부가 가짜뉴스에 휘말렸고, 작지 않은 유통마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 읍·면·동에 고루 분포한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를 마다하고 약국을 주된 분배망으로 채택한 점도 논란거리였다.

공적 마스크 5부제를 둘러싼 이 모든 불편과 논란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계획경제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제도를 지난 수개월간 실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경제에서도 수요와 공급을 시장에 맡겨두기 어려울 때가 간혹 있다. 지난 2월 우리 사회는 마스크 대란을 맞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개인방역에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수요가 폭발한 탓이다. 그 결과, 가격이 개당 5000원대로 급등했고 품귀현상마저 빚었다. 이미 필수재가 된 마스크는 가격이 크게 뛰었음에도 수요량이 별로 줄지 않았다. 한편,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원자재를 확보하고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정부는 수급안정화 대책(5부제 포함)의 시행이라는 한시적 선택을 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스크가 귀해지고 비싸진 당시의 비상상황을 일단 넘기기 위해서였다. 이후 수요가 점차 안정되고 1일 생산량이 요즘엔 대책 이전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난 점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앞서의 불편과 논란으로 다시 가보자. 지난 3월 정부는 마스크 유통업체를 직접 선정했고, 생산업체의 계약단가와 유통마진은 물론 소비자가격까지 임의로 책정했으며, 소비 억제를 위해 1인당 구입가능 수량도 제한했다. 한편, 생산업체에게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생산하도록 명령하고 그 생산량의 80%를 공적 유통망에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동시에 마스크 수출도 전면 금지했다. 또한, 원료, 인력, 생산설비, 업종전환 등 각종 측면에서 지원조치를 강구했다.


요컨대, 누가 어떤 가격으로 얼마나 마스크를 생산, 유통, 소비할지를 정부가 나서서 모두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시장의 무수한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 의사가 들어설 여지는 없었다. 그러니 불편과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린 데 대한 작지 않은 대가이다. 정부가 그간의 시장개입을 통해 비상상황을 일단 넘겼다면, 그래서 수급이 웬만큼 안정됐다면 이제 시장에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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