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라 할 땐 언제고" 무·저해지 보험 5년 만에 뒤집은 당국에 보험사 '불만'
금융당국, 무·저해지 상품 개발 독려하더니 이제와 환급률 낮추라 지시
금융당국 판매급증에 경보발령 이어 설계 제한 개선안
절판마케팅 등장…"당국 정책 실패 인정하는 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불과 5년 전에는 상품을 만들라고 권고해 놓고 이제와서 팔지 말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상품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선택했다는 의미인데,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당국이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무해지ㆍ저해지환급금 보험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것이라는 소식에 보험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보험에 가입할 여유 자금이 부족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무ㆍ저해지 보험은 업황부진에 빠진 보험업계에 숨통을 틔이게 하는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소비자 경보까지 발령하며 상품 판매에 제약을 주면서 보험사들의 매출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동된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무ㆍ저해지 상품 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가 조만간 환급률 등 상품 설계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벌써부터 "무ㆍ저해지 보험 판매가 8월에 중단된다. 가입하려면 지금이 기회"라며 '절판 마케팅'까지 등장하고 있다.
무ㆍ저해지 보험은 일반 보험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보험 만기 전 해약을 하게 되면 환급금이 적거나 없다. 해지를 하는 계약자에게 환급금을 적게 지급하는 대신 이 자금을 유지 중인 계약자 지급 보험금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끝까지 보험을 유지하는 계약자는 보험료를 적게 납입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가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저금리로 보험료 인상이 예상되자 순수보장성이며 20년 이하 납입기간인 상품에 대해서만 허용하던 무ㆍ저해지 환급 상품을 모든 순수보장성 상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보험업감독규정 등을 개정했다.
보험료를 덜 내면서 만기 시 일반 보험과 같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무ㆍ저해지보험 신계약건수는 2017년 85만여건에서 2018년에는 176만여건까지 급증했다. 금융당국의 상품 출시 유도가 시장 확대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입장이 돌변했다. 금감원은 무ㆍ저해지 보험 판매가 급증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음'을 고객이 자필로 기재하는 등 상품 안내 강화 조치를 내렸다. 두달 뒤인 10월에는 소비자 경보까지 발령했다.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였지만 판매된 지 5년이 지나 뒤늦게 '외양간'을 고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당시 NH농협생명이 무ㆍ저해지 보험을 첫 출시를 앞둔 시점이어서 '농협생명이 금감원에 밑보인게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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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무ㆍ저해지 보험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 십년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보험 상품에 대해 당국이 5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것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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