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한 안기부 수사관 1심서 실형 선고… 34년만 법정구속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에 연루돼 간첩으로 몰려 기소된 노동운동가 고 심진구씨의 재심에서 고문은 없었다고 위증한 옛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34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옛 안기부 수사관 구모(77)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씨가 조사 당시 구씨 등 안기부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은 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수사관이 국민을 상대로 한 불법 구금, 고문 또는 가혹행위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이자 반인륜 범죄임이 분명하고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심씨의 가혹행위는 공소시효가 완료돼 처벌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심씨는 이미 숨져 구씨의 참회나 사죄를 받을 기회조차 없게 됐다"며 "구씨는 34년 동안 심씨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거나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법의 심판을 피하려 했으며 심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구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심씨의 재심 재판이 열린 2012년 4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문한 사실이 없었다"라고 진술하는 등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심씨 사건의 재심 재판부는 구씨의 증언 내용을 배척하고, 수사 당시 안기부 수사관들의 불법 구금·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노동운동을 하던 심씨는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인 김영환씨와 4개월 동안 함께 자취한 사실이 드러나 1986년 12월 안기부 남산 분실에 영장 없이 연행돼 37일 동안 조사를 받았다. 안기부는 심씨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안기부의 가혹행위는 심씨가 1999년 한 월간지를 통해 고백하면서 알려졌다. 심씨는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재심을 청구, 2013년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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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씨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201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심씨의 딸은 구씨의 위증죄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인 2019년 3월 구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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