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글을 잘 쓰는 법, 먼저 질문 잘 하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 강원국 전 비서관이 새 책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출간했다.
강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2014년 2월 '대통령의 글쓰기'를 자신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같은해 12월에는 '회장님의 글쓰기'도 냈다. 자신이 회사에서도 17년간 글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 전 비서관에 대한 강연 요청이 뚝 끊겼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사람을 기업들이 꺼렸기 때문이었다.
강 전 비서관은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연설문도 썼다. 그는 김우중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됐을 때 전경련에 따라 들어가 회장 비서실에서 연설문 작성을 도왔다. 그 인연으로 김대중 대통령 연설비서실에 들어갔다. 청와대를 나온 후에는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때 연설문 작성을 도왔다. 정·재계 제왕들의 글만 전문으로 쓴 '타짜'다.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대 생각 하다보면 모든게 궁금해요."
가수 이선희의 노래 '알고 싶어요'의 노랫말 중 일부다. 강 전 비서관은 '알고 싶어요'를 '나는 말하듯이 쓴다'의 첫 화두로 꺼낸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알고 싶어요'의 노랫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묻는 질문으로만 이뤄져 있다. 강 전 비서관은 글쓰기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며 모든 글은 물음에서 시작되고 결정적 질문이 글의 주제가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질문과 함께 관찰, 공감, 통찰, 비판, 감성, 상상을 글의 기본이 되는 7가지 힘으로 제시한다.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재료가 아무리 훌륭해도 음식 솜씨가 나쁘면 음식 맛이 나쁘듯 글감이 좋다고 좋은 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글 쓰는 요령이 필요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강 전 비서관은 말하듯 쓰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강 전 비서관은 한때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했다. 유명 저자에게 책을 부탁했는데 저자가 바쁘다며 거절했다. 강 전 비서관은 책을 써주기 어렵다면 대신 두 시간짜리 강의 다섯 번을 해달라고 했다. 저자가 승낙했고 강 전 비서관은 두 시간짜리 강의를 녹취해 글로 정리해 책을 만들었다. 말하듯이 글을 쓴 셈이다.
말한 것을 글로 바꾸면 글 자체가 구어체이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말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듣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말하듯 글을 쓰면 독자의 반응을 미리 상상해 쓸 수 있다. 또 말하듯 글을 쓰면 군더더기를 없앨 수 있다. 말할 때는 핵심을 바로 알려주지 않으면 듣는 이가 지루해하기 때문이다. 괜히 잘난체 자신의 지식을 늘어놓으면 핀잔을 듣기 일쑤다.
강 전 비서관은 말하듯 글을 쓰는 방법의 장점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과 회장을 위해 쓴 연설문은 말하기 위해 쓴 글이기 때문이다. 강 전 비서관은 연설문은 글이지만 말에 가깝고 그래서 말을 잘 하려면 잘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기 위한 다양한 요령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기에 책에 쓰인 요령을 참고해 본인의 요령을 터특해야 한다.
일례로 강 전 비서관도 전통적인 글쓰기 방법 중 하나인 개요짜는 것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개요를 짤 역량이 부족하다고 자인한다. 개요를 짠다는 것은 글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다는 의미인데 자신에게는 글의 최종 모습을 그릴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그는 글을 쓰다 보면 처음 구상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며 개요가 오히려 좋은 생각을 억제하는 발상의 굴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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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강원국 지음/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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