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코로나19 재확산 경제타격, 1차 때와 매우 다를 것"…佛경제학자의 경고
프랑스 정부 경제분석위원장 필리프 마르탱 교수
첫 확산으로 기업들 자금 상태 이미 열악…재확산되면 파산 커질 것
소비·투자·고용 결정, 수요 주도형 경기침체로 변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타격은 몇 달 전과는 매우 다를 것(very different)이다."
프랑스 정부 경제분석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시 번지는 코로나19 사태에 강력한 우려를 나타냈다. 필리프 마르탱 위원장(파리정치대학 경제학 교수)은 지난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1차 유행으로 자금 상태가 취약해진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기대감을 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르탱 위원장은 거시경제 전문가로 유럽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 파리 도핀대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파리 소르본 대학 등에서 재직했으며 2009년부터는 파리정치대학에 몸담고 있다. 2001년 9월부터 1년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도 활동했다.
그가 재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눈여겨보는 것은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또다시 급증하고 유럽에서는 경제 재개 조치 후 독일을 중심으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한 도축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박물관, 체육관 등 공공장소가 다시 폐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확진자 증가 추이와 관련해 "아직 정점은 멀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르탱 위원장은 특히 재확산 이후 기업의 재무 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의 재정 상태가 올 초 확산 당시보다 취약한 상황"이라며 "이는 기업을 파산 상태로 내몰 것이고 소비자들은 예방 차원에서 저축을 더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기대가 비관적으로 변하고 소비와 투자, 고용 결정이 장기적으로 수요 주도형 경기 침체로 바뀌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경제 리스크"라고 언급했다. 이어 "강력한 2차 봉쇄 조치로 인한 극도의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마르탱 위원장은 유럽 경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선 소비가 관건이라고 봤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6월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10.2%로 지난 4월(-7.5%)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12%대 역성장이 예상되고 독일도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8.0%)이나 일본(-5.2%), 브라질(-9.1%) 등보다도 경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봉쇄 기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가계 소득은 대부분 보호받았고 소비는 매우 제한돼 저축이 크게 늘었다"며 정부가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가계와 기업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선 "초기에는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독일 등 각국 정부가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공동 대응에선 분열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EU 집행위원회가 7500억유로(약 1024조7000억원) 규모의 회복기금 계획을 발표했지만 회원국 정상들은 보조금과 대출이라는 지원 형식을 놓고 여전히 갈등 중이다. EU는 오는 8월 이전에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르탱 위원장은 "정치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부채 수준이 높으면서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국가들을 돕기 위해선 보조금 형식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출이라면 대출 기간이 길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EU 집행위가 제안한 회복기금이 각국의 경기 부양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요와 공급을 살리는 데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감안할 때 각국의 경기 부양책이 줄어드는 내년에 회복기금이 집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EU의 무역 협상과 관련해선 "무역 긴장 상태는 최소 미국 대선 전까지는 지속될 것이고 이미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와 관련해 23일 유럽산 올리브, 초콜릿 등 30개 품목에 31억달러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미국 무역정책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해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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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위원장은 취임 후 잇따라 경제 개혁을 추진해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마크롱 대통령이 재무ㆍ산업ㆍ디지털 담당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와 대선 캠프에서 경제 자문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는 프랑스의 경제 개혁 추진 상황에 대해 "(현재의) 경제 구조상 개혁을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인세 인하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커져 관련 조치를 취하기에 좀 더 쉬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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