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권리" vs "교수 재량 침해" '선택적 패스제' 도입 두고 대학가 갈등
대학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사례 잇따라 적발
학생 측, 성적 대신 이수 여부 판단하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
대학, 교수권 침해·성적 변별력 저하 우려로 난색
[아시아경제 임주형 인턴기자] 대학 온라인 시험 중 부정행위 사례가 지속해서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시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성적을 부여하는 교수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데다 성적 변별력도 떨어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외국어대에서는 온라인 시험 도중 학생 수백명이 '집단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대학 한 교양과목 관련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참여한 학생 700여명 중 일부가 해당 메신저를 통해 정답을 일부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채팅방은 부정행위 논란이 커진 뒤 폭파(모두 대화방을 나감)됐고, 현재 총 몇 명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가 하면 지난 22일 중앙대 한 법학 과목에서도 기말고사 중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일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모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생들은 시험 문제가 공개되면 단체 채팅방에 관련 판례와 속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채팅방에 속해 있던 한 학생이 동명이인의 다른 학생을 잘못 초대하면서 부정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후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은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잘못을 시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 대학 수업이 사이버 강의로 전환되면서,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시험의 허술한 부분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대학가에서 잇따라 적발되면서 일부 학생회 측은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선택적 패스제는 시험 성적이 공개된 뒤 해당 성적 등급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혹은 별다른 등급 없이 '패스(Pass·통과)'로 이수 여부만 표기할지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앞서 홍악대와 서강대가 지난 5일과 11일 각각 해당 제도를 도입한 뒤 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 학생들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연세대는 소통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주 궐기대회를 가졌고, 지난 22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이화여대·한양대 총학생회도 이날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특히 이화여대 총학은 이날 낮 12시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러운 전면 온라인 강의, 관련 대책 부재,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총학생회는 수차례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기존 방식대로 한다는 답변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목소리와 행동으로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며 "학교는 이화인들의 분노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는 학생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성적평가 방식은 교수 재량인데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면 교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데다 성적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도 힘든 탓이다.
경희대는 23일 낸 입장문에서 "코로나19 대응 대책으로 인해 다소의 불편함이 예상됨을 대학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교·강사는 수업 중 학생의 성취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적을 부여하지만 선택적 패스제는 교·강사의 교수권을 인정하지 않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험 성적 부여 방법의 경우 기존 상대평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절대평가로 바꾼 상황"이라며 "(선택적 패스제처럼) 문제가 많은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할 이유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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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관계자도 "학생들의 요구 사항은 경청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은 교수 자율 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시험 점수 책정 방식은 절대평가 비율이 높았고, 이미 존재하는 제도 안에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선택적 평가제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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