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컵밥 다 엎어버리고 싶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2030 '분통'
인천국제공항공사, 1902명 규모 정규직 전환 준비
취준생, 공시생, 대학생 등 "과정 불공정하다" 분통
과거 문 대통령 노량진 찾아 취준생과 '컵밥' 먹으며 소통
공시생들 "컵밥 먹으며 위로 거짓이었나" 울분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가 지난 2012년 9월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컵밥 포장마차에서 고시생들과 함께 컵밥을 먹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컵밥은 왜 먹었나 다 엎고 싶다." , "우리가 호구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1902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 하는 등 정규직화 하기로 한 것에 대한 청년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1호'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 공항 내 비정규직 노동자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이런 인천공항은 청년층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인크루트가 이달 초 조사한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순위에서 인천공항공사는 18.4%로 1위를 차지했다. 신입사원 연봉도 4589만원으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약으로 비정규직이 바로 정규직화 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취업준비생(취준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대학생,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등 20~30대 사이에서는 "이건 불공정 그 자체다"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점대 후반 학점에 토익 점수 900점대 중반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취준생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천공항 소속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공무원 시험 학원. 수험생들이 각자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김슬기 인턴 기자 sabiduriakim@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청년들은 문 대통령이 청년 구직자에 보인 말과 행동을 다시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취준생의 절박함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인국공 사태로 인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취준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2012년 9월20일 공시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을 찾아 `컵밥`을 먹으며 고시생들을 위로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취준생들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대통령이 컵밥도 먹었지만, 이번 인국공 사태로 인해 오히려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20대 취준생 A 씨는 "노량진을 찾고 컵밥을 먹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취준생을 위한 정책, 청년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가 뭐가 있었나"라면서 "결국 대통령 말 한마디로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그런 나라가 아닌가, 이게 공정한가"라고 성토했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가진 '호프 미팅' 당시 이 자리에 동석한 한 청년 구직자에 보인 관심도 지금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구직 활동에 대한 청년들의 간절함을 공감하면서 어떻게 인국공 사태를 만들었느냐는 비판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대선 후보 신분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힘든 사연을 듣기 위해 노량진을 찾았다. 이곳에서 이불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고 기다리던 중에도 손에서 수험서를 놓지 않던 20대 청년 구직자 B 씨를 만났다.
문 대통령 앞에서 B 씨는 "3년 째 군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학교 복학을 결심했고,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 하고 있다"라며 힘든 사연을 털어놨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공백이 아깝겠다", "지금은 복학했나", "아르바이트 자리는 어떠한가"라고 많은 질문을 던지며 B 씨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B 씨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며 대선 후보가 아닌 인생 선배 입장에서 공부하는 방법 등 인생에 대한 조언을 이어갔다. 특히 B 씨와 헤어지는 길에 문 대통령은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선물하며 합격을 기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B 씨를 잊지 않고 2018년 7월 광화문 호프 미팅에 초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3월 대선 후보 신분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을 만나 헤어지는 길에 자신의 넥타이를 선물하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딩고'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또한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노량진에서 컵밥을 나눠먹으며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이던 B 씨도 2017년 1월 다시 찾은 바 있다.
공시생들은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시생은 "당시 문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취업 준비에 지친 청년을 위로하는 모습이었다"라면서 "그럼 이제 (인국공 사태로 인한)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시생 C 씨는 "지금 이 사태로 당시 상황을 보면 그냥 보여주기식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그렇게 취준생들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는 대통령이 이럴 수 없다. 아무리 공약이라지만,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를 성토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 이게 평등입니까?', '인천공항공사 청원경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원점으로 돌려주세요.', '기회가 공평하지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단하라', 등의 청원이 게시됐다.
그 중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 청원은 24일 오전 9시30분 기준 14만9,940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인은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습니다."라며 "그러던 와중 이번 인천국제공항 전환은 정말 충격적입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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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공항이 직접 고용하는 보안 검색 노동자는 1,902명이다. 공사는 9천 7백여 명의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 중 공항 소방대와 야생동물 통제 요원 2천 1백여 명을 직접 고용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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