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미술관은 안 되고 룸살롱은 되나" 들쑥날쑥 기준에 시민들 '반발'
시민들 "룸살롱보다 도서관·박물관이 위험한가"
서울시 "룸살롱, 활동도와 밀접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전파력 낮아"
전문가 "유흥업소 등에 대해 행정조치 강화 필요"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룸살롱 등 일반 유흥시설에 내렸던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하고 '집합제한'으로 완화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은 상황인 데다, 전파 위험이 큰 룸살롱 등에 대한 행정조치를 완화할 경우 지역감염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시민들은 비교적 감염 위험이 낮은 미술관·박물관 등 수도권 내 공공시설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점을 지적하며 "방역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룸살롱 등 일반 유흥시설에 내려져 있던 '집합금지' 명령을 15일 오후 6시를 기해 해제하고, 한 단계 완화된 조치인 '집합제한' 명령을 발령했다.
시는 "활동도와 밀접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전파력이 낮은 룸살롱 등 일반 유흥시설에 먼저 적용하고 클럽, 콜라텍, 감성주점 등 춤을 추는 무도 유흥시설은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룸살롱 업주들은 ▲테이블 간격 1m 이상 유지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사전예약제 운영 등 강화된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이같은 방역 수칙이 실제로도 지켜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접객이 이뤄지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 특성상 코로나19 전파력이 낮다고 보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A(28) 씨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룸살롱이 훨씬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취약하지 않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2m 거리두기' 등 정부가 권고하는 방역 지침을 준수할 수 있지만, 룸살롱은 거리두기 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지금처럼 의료진들이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룸살롱 등에 가서 유흥을 즐겨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룸살롱 업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대 직장인 B 씨도 "매일 퇴근 시간마다 재난 안내문자를 보내 '대화도 자제하라'고 하면서 룸살롱은 영업 재개하는 게 모순 아닌가"라면서 "룸살롱은 영업하고 국립도서관은 다 문 걸어 잠그도록 하는 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내 미술관, 박물관, 국공립극장 등 공공·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조치를 포함한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를 무기한 연장한다고 지난 12일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서울시의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 해제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제 정신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태원 클럽 발 수도권 확산으로 제2의 코로나19 대란도 우려되는 이 시점에 수도권 곳곳에 새로운 도화선을 만드는 격"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이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등교하고 있다. 현 상황을 유흥업주분들도 헤아려 주시리라 믿는다. 서울시는 즉시 철회하기 바란다"고 집합금지 명령 해제 철회를 촉구했다.
전문가는 장소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접촉이 불가피한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대한 행정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에서 확진자들이 늘고 있고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면서 "박물관·미술관 등 문을 닫은 와중에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룸살롱이 위험이 낮다며 문을 여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에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2차 대유행의 단초가 될 수 있어, 특히 수도권에 대해 경고를 하고 수도권에서 대유행을 막아야한다고 지난달부터 말해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룸살롱 내에서 활동도가 낮아 전파력이 낮고, 확진 사례가 없어 행정조치 완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봉규 서울시 식품정책과장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조치는 비말도가 높은 활동도가 높은 클럽은 집합제한에서 해제는 아니고, 룸살롱만 대상이 된다"면서 "현재까지 룸살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 현재까지 시행한 집합금지 명령 중에 준수율이 98% 이상으로 협조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룸살롱은 지금 1800여 개 (등록)돼 있다"면서 "정부에서 발표한 고위험시설이 있다. ▲자연 환기 또는 기계 환기 ▲면적당 이용 인원 제한 ▲테이블 간 간격 유지 ▲룸 또는 테이블 간 이동 금지 등의 조건이 맞으면 고위험시설에서 중위험 시설로 하향하게 된다. 고위험시설은 집합 금지명령, 또는 제한 명령하는 것이고 중위험시설은 제한 명령까지 해제하는 것인데, 시는 단지 금지에서 제한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가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한 유흥시설 종사자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한 호텔에 입주한 D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C 씨는 1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C 씨는 14일 관련 증세를 보여 금천구의 한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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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소는 집합 금지명령에 따라 한 달여간 영업을 중단했다가 15일 개장했다. C 씨는 14일 3시간가량 종업원들과 함께 이곳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접촉자를 파악하는 한편, 같은 시간에 업소에 있었던 종업원들에게 전수검사 및 자가격리 조치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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