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뉴트로 열풍…대중이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 돌입
밈노믹스 마케팅 활발…복고에 열광하는 MZ세대 공략

"망했는데, 촌스러운데, 나도 모르게"…식후깡하고 곰표 밀맥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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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신혜 기자] 분명 망한 것이 틀림없는데, 떴다. 봐도 봐도 너무 촌스러운데, 끌렸다. 가수 비의 노래 '깡'은 당시에는 망했지만 요즘 '깡'보다 더 잘나가는 노래는 없다. '깡'이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비에게 모델 발탁 러브콜을 보냈다. 동서식품이 한정판으로 내놓은 '맥심 레트로 보온병'은 딱 봐도 촌스러운 감성이 물씬 나지만, 구하기 힘들 정도로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대중문화계를 평정한 '밈(Meme)'과 '뉴트로((New-tro)' 열풍이 산업계 전반을 휘감고 있다. 대중이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돌입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농심, 비와 함께 '1일 3깡'= '1일3깡(하루 3번 깡을 본다)', '식후깡(밥 먹고 난 후 깡을 본다)' 등 그야말로 깡 신드롬이다. 깡이 밈(Meme, 말ㆍ사진ㆍ영상 등을 활용한 온라인 놀이문화ㆍ유행 콘텐츠)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밈노믹스(밈과 경제학의 합성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밈으로 시작된 깡 열풍과 맞물려 새우깡이 함께 언급되고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로 모델 섭외를 요청한 데 힘입어 비를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비를 광고 모델로 섭외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농심은 지금 당장 지훈이형(비)을 모델로 섭외해 새우깡은 1일3깡 해야한다는 내용의 CF를 찍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광고 내용을 댓글로 올려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농심은 밈노믹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우깡과 깡 트렌드를 즐기는 영상을 응모하는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에 나섰다. 응모된 영상을 활용해 비와 함께 광고를 만들 계획이다. 깡 열풍이 온라인에서 자연 발생했다는 점에 착안해 광고 자체를 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대국민 참여 캠페인으로 기획한 것"이라며 "'일1깡' 열풍과 함께 새우깡도 큰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 반응도 좋다. 재미있는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펼치면서 적극적인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농심은 비의 새우깡 모델 발탁을 계기로 내년에 50주년을 맞는 장수 제품 이미지를 더욱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해 마케팅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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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된 '밈노믹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용어 밈은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 요소로, '밈노믹스'는 시장원리가 아닌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경제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할 마케팅의 수단으로 '밈노믹스'를 활용하고 있다. 증권가는 깡 마케팅에 힘입어 농심의 2분기 실적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평균 9~15%, 영업이익은 최대 4배 가까이 상승이 예상된다.


밈노믹스는 이미 유통, 식품 업계에서 대표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해 광고 시장에서는 버거킹의 '사딸라'가 화제였다. 4900원에 판매되는 버거킹의 올데이킹 프로모션 광고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영철의 대사 '사딸라'를 패러디했다. 드라마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큰 소리로 사딸라를 외쳤던 김영철은 버거킹에서 햄버거 가격을 사딸라에 흥정한다.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김두한식 극딜협상'으로 큰 화제가 됐다.


밈노믹스 효과를 제대로 체감한 버거킹은 이후 영화 타짜에 출연한 곽철용 역할을 맡은 배우 김응수를 발탁했다. 광고에서 그는 버거킹 매장의 계산대 앞에서 진중한 얼굴로 한참을 고민하다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친다. 영화 타짜 시리즈 3편인 '타짜:원 아이드 잭'이 개봉하자 1편의 곽철용 캐릭터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가 유행 콘텐츠가 됐다. 광고 자체가 밈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이날 기준 유튜브 조회 수 576만회(김영철 광고), 712만회(김응수 광고)를 돌파했다. 올데이킹은 출시 13개월 만에 누적 1500만 세트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밈을 활용한 마케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은 "밈의 배경이나 맥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높다 보니 유행에 편승한 고민 없는 마케팅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밈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선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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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고 열풍= 밈과 함께 마케팅 트렌드의 큰 축으로 자리잡은 것은 단연 '뉴트로(새로움+복고)'다.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의 과거 디자인과 인기 제품이 2030세대의 감수성과 만나면서 소위 '펀(즐거운)'한 브랜드로 재해석되고 있다. 특정 집단이 아닌 전 연령대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사업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제분의 70여년 전통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협업하는 곳마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달 대한제분과 편의점 CU가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단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개를 완판했다. 누적 판매량도 일주일 새 30만개를 돌파했다.


CU가 2017년 업계 최초로 수제맥주를 선보인 후 3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맥주캔에는 대한제분의 백곰 마스코트인 '표곰'과 곰표 밀가루 특유의 복고풍 서체,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왔다. 덕분에 수제맥주에 관심이 낮았던 4050세대 입맛도 사로잡았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 매출 중 81.7%를 2030세대가 차지하고 40대 비중은 5.6%에 그쳤다. 반면 곰표 밀맥주는 40대 고객 비중이 14.3%까지 껑충 뛰었다.


CU 관계자는 "국산 수제맥주 카테고리 1위는 물론, 전체 국산 맥주 판매량 톱10에 진입할 정도로 쟁쟁한 대형 제조사 상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곰표는 의류업체 4XR의 '곰표패딩', 애경산업의 '곰표 2080치약' 스와니코코의 '곰표 밀가루 쿠션' 등 전방위로 상품화되고 있다. 밀가루 포대를 연상시키는 다소 촌스러운 제품 디자인은 2030 젊은 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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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티 풀풀 맥심 빨간 보온병= '다방 커피'의 원조격인 동서식품 맥심이 내놓은 추억의 빨간병 텀블러도 복고 열풍의 주인공이다. 동서식품이 지난 4월 한정 판매 상품으로 내놓은 '맥심 레트로 보온병'은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80년대 커피를 사면 사은품으로 증정했던 동서식품의 보온병을 그대로 재현했다. 빨간색 바탕에 커다란 맥심 로고가 인상적이며, 옛 서체 등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해 MZ 세대가 열광하는 복고 감성을 겨냥했다. 배우 공효진이 1980년대 유행했던 옷을 입고 옛 분위기의 서재에서 '머그에 마시면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하는 장면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2030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준다. 맥심 레트로 보온병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동서식품은 지난달 28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품 재판매에 돌입했지만 재출시 직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상승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고 곧바로 품절됐다.


50년 만에 돌아온 하이트진로의 푸른 두꺼비 '진로이즈백' 역시 뜨거운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연간 목표치는 1000만병이었지만 단 70일 만에 목표치 판매를 넘어섰다. 이후 진로이즈백을 찾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면서 지난해 9월 5000만병, 11월 1억병을 차례로 돌파했다. 1초당 5.4병씩 판매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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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506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두꺼비'와 투명한 병을 콘셉트로 내세운 점, 과거 25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살린 점 등이 인기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진로 전성기 때 주점을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도 45일의 운영기간 동안 1만3000여명이 방문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위 '펀슈머'로 불리는 MZ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며 전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는 뉴트로 콘셉트는 당분간 기업들의 핵심 마케팅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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