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디커플링' 이지만…돈 계속 풀 수밖에 없는 이유
주식시장-실물경제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지만
'적정한 유동성' 수준 판단 현재로선 어려워
실물경제 살아날 때까지 유동성 공급 유지할 수밖에 없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근 실물경제와 주가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그레이트 디커플링(Great 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인데다 앞으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들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유동성은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그 누구도 적정한 유동성이 어느 정도인지,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한 버블이 위험한 수준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빠른 회복…막대한 유동성 바탕=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33포인트(0.52%) 하락한 2184.36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9시57분 현재 2190.77에 거래 중이다. 이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코스피 지수는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1월22일 기록한 연고점(2267.25)을 향해 가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시각 5.61포인트(0.74%)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6.59포인트(0.67%) 상승한 1만20.35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종가 기준으로 1만선에 안착한 것은 처음으로, 나스닥이 1971년 출범한 이후 49년만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데에는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국채와 회사채 등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글로벌 중앙은행들과 발을 맞추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3달간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5%까지 낮췄다.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실상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시중에 풀린 돈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통화량(M2)은 3015조8163억원(원계열·평잔)으로 1년 전에 비해 9.1% 증가했다. 2015년 9월(9.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통화 지표로,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을 뜻한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7%대 증가율을 기록했던 M2는 2, 3월 8%대로 올라선 뒤 4월 9%대로 뛰었다.
절대적인 수준으로만 본다면 시중 유동성이 많은 것은 맞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은 157~158% 수준으로, 2018년 151.5% 대비 M2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러나 이 유동성 수준이 무조건 과도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GDP 대비 풀린 돈이 많아 인플레이션, 자산가격 급등을 우려했겠지만 지금은 유동성을 우려하기엔 경제 상황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파월 美 Fed 의장 "자산가격 높아 경기회복 지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시각은 미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간담회를 봐도 드러난다. FOMC는 10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당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2022년 말까지 금리인상은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버블이 붕괴돼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Fed의 정책은 시장기능 회복을 위한 것이며 자산가격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며 "자산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생각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통화정책을 시장에 맞춰 재정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식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현 경제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는 크게 다른데, 최근까지 128개월의 경제 확장기를 경험하고 있었고 금융시스템도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훨씬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주식시장 급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요약하면 당분간 실물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자산가격 급등은 어느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자산가격 급등=버블'로 인식하고 우려하기만 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주식시장은 경기 선행지표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주가가 오르면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더 쉬워지기 때문에 결국 고용 증가→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가 오르는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관련주, '언택트(Untact)' 기업 위주라는 점도 과도한 자산버블로만 보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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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만약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시중에 돈은 풀리지만 실물경제는 살아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엔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화정책이 부의 분배에 큰 영향을 안 미친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재는 워낙 저금리인데다가 국채 매입과 같은 양적완화도 이어지고 있다"며 "국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과 정부 등 국채를 보유한 소유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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