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통일부 내세우고 한발 물러서 있는 남북정상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자립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북한이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그 선봉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세웠다. 정부는 대북 대응 창구를 대북 전담 부처인 통일부로 단일화했다.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 발 물러서 있고, 남측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지 않은 채 '격'을 맞추는 선에서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사실상 '2인자'라는 점이 변수다. 남한의 부처 중 한 곳인 통일부를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대남 무시를 더욱 노골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북한은 청와대를 포함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 폐기를 선언하면서 이번 지시의 주체가 김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라고 공식화했다. 정작 대남 업무 부서의 수장인 장금철 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은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조치와 관련해 이날 "통일부의 발표 내용을 참고해달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를 들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부터 정부는 대북 대응 창구를 통일부로 단일화하고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중한 접근법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메시지가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을 간과하기 어렵고, 실제 그의 예고대로 남북 관계가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은 북한의 명실상부한 2인자인 만큼 통일부를 '카운터파트'로 보지 않고 오히려 대남 공세를 강화하며 적개심만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김 제1부부장의 메시지를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떠받들고 있다. 북한 관영ㆍ선전 매체들은 10일에도 북한 내 각계각층 인사들의 비난 목소리를 앞다퉈 소개하면서 특히 남한 당국을 향한 강한 적개심과 불만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김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서 남북 관계의 파탄을 선언한 것 자체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단순하게 경고 차원으로만 해석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대단히 무겁게 봐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한 것 역시 그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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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전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한 발 물러나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남북 관계의) 역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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