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안해도 공부 포기 못해요" 감염 걱정에도 노량진 못 떠나는 공시생들
정부, 공무원·공공기관 공채직원 4만8000명 채용 재개
전문가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중요"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공무원 시험 학원.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각자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사진=김슬기 인턴 기자 sabiduriakim@asiae.co.kr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저한텐 마지막 기회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는 여전히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로 붐비고 있다. 전문가는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낮 12시께 노량진의 학원가에서 만난 공시생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면서도 공부를 포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 모(28)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원에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이 불안하긴 하다. 그래도 동영상 강의에서 들을 수 없는 부분을 학원에 와서 들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나온다"라며 "수업을 들으러 잠깐 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공부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학원 내에서는 학생들이 웬만하면 다 떨어져 앉아 공부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학원에 들어올 수 없는 등 수칙을 지키고 있다"며 "공무원 시험이 연기되었다가 재개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시생 입장에서는 그동안 공부해온 게 있어서 더 미뤄졌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수험생 이 모(29)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 불안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알죠.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건 당연히 알지만, 이런 순간에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 공공 일자리 154만 개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뤄졌던 국가공무원 2만3000명과 공공기관 직원 2만5000명 신규 채용 절차도 6월에 재개한다. 또한, 면접 등 채용시험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3분기(7~9월)부터 합격자가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공무원 시험 학원.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로 학원 관계자가 출입자들의 체온을 점검하고 있다./사진=김슬기 인턴 기자 sabiduriakim@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이 가운데 학생들의 말과 달리 실제 학원 내에서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태였다. 강의실 입장 전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심지어는 열 감지 화상 카메라를 동원하는 등 학원 측에서도 방역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으나, 강의실이 비좁다 보니 1m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2년째 국가직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27살 김 모씨는 "학생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불안한 건 딱히 없다"라면서도 "학원 내에서 1m 거리두기 같은 경우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가급적 거리를 두고 앉으라고 하긴 하지만 학원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학원 측은 수강생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량진 한 공무원 학원 출입구에서 체온을 재던 직원 A(30) 씨는 "학원 입구를 통과하려면 무조건 체온을 재고 들어가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학원 내로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A 씨는 "학생들 인식이 나쁘지 않아서 스스로 기침이나 증상이 있으면 먼저 와서 증상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럼 사무실 내 직원에게 연계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시험 재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등 집단감염이 2030 젊은 층에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6월에 예정된 각종 국가고시 및 전문자격증 시험 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대한 안전하게 시험을 치르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지난달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5급 공채시험을 시작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국가시험들이 진행된다"며 "수험생과 시험감독 모두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 안전하게 시험을 치러냄으로써 생활 속 거리두기의 한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공시생들이 공부하는 것보다 정부의 감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시를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채용해야 하는 공무원이 제때 채용이 안 되면 손실이 크고, 코로나19 대응에도 장기적으로 안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좁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정부의 직접적인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감염 전파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간절한 공시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 "물리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 수칙을 잘 지키면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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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현재 정부에서 문제가 된 곳에 전부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리고 있어 악순환 반복되고 있다. 이런 방침은 수칙을 잘 지킨 곳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정부에서 단속을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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