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은행들 거부로 끝난 '키코 배상권고안'
분조위 조정 강제력 없어
신한·하나·대구은행 불수용
금감원 위상 추락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6개월여를 끌어 왔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문제가 결국 시중은행들의 거부로 결론이 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강제성이 없는 데다 은행 이사회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에 대해 배상하면 배임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하나ㆍ대구은행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KIKO) 배상권고안을 불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각 은행 이사회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배상에 나서면 배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 결정을 내린 이후 6개월여 동안 지속됐던 키코 배상 문제는 6개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의 거부로 결론이 나게 됐다. 분조위 조정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은행이 불수용하면 그대로 끝난다. 수락 여부를 통보하는 기간만 5번이나 연장하며 눈치를 봤지만 이번에는 키고 배상안 결정 시한이었던 8일보다 이른 결정이었다.
앞서 분조위는 신한ㆍ우리ㆍ산업ㆍ하나ㆍ대구ㆍ씨티은행이 키코를 불완전하게 판매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이들 은행은 사기 혐의로 고발됐지만, 2013년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키코의 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윤 원장이 취임하면서 키코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고, 1년6개월 만에 분조위를 열고 배상 비율을 이끌어냈지만 결국 배상 불가로 막을 내리게 됐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10년이 넘은 사안을 윤 원장이 무리하게 밀어붙혀 이런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권위가 상실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일례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에 대한 금융사들의 소송이 거론된다. 지난 3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중징계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도 이달 초 행정소송에 나섰다. 특히 손 회장은 행정소송을 통해 회장직 연임을 강행했고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회장의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함 부회장도 현직 자리를 유지하면서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했다. 과거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제재를 받은 금융사 CEO들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일단 사퇴를 한 뒤에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던 것과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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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DLF 징계 관련 소송은 물론, 키코 배상안 거부와 같이 금감원의 '명령'에 금융사들이 감히 반기를 드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금융사 실태를 무시한 독단과 상위기관과의 잦은 마찰로 인해 금감원에 대한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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