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더프레쉬 등 기업형 슈퍼
코로나19 이후 매출 급증
붐비는 곳 피해 근거리 쇼핑
정부재난지원금 소비도 한 몫
이커머스 물류센터에 대한 불안감 확산
동네 슈퍼 찾는 수요 증가할 것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진우(39·회사원)씨는 재택근무 중인 아내의 부탁으로 퇴근길에 동네 슈퍼에 들렀다. 편의점과 대형 마트 등은 가끔 들어가봤지만 동네 슈퍼에 갈일이 많이 않았던 이 씨는 슈퍼마켓의 변화를 실감했다.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신선식품이 특히 눈에 띄었다. 별도 조리과정 없이 집에서 바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 먹거리 제품도 많아졌다.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통로가 넓어 불편하지 않았다. 마감 세일 덕분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정가 대비 30% 저렴하게 샀다. 상품의 질과 서비스에 만족한 이 씨는 슈퍼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도 만들었다. 근처 정육점에서 재난지원금 카드로 구이용 한우를 사고, 유기농 빵집에서 아침에 먹을 식빵까지 구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대형마트 공세에 밀렸던 동네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최대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번잡한 마트 대신 동네 점포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집 근처에서 소비하면서 동네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슈퍼의 재발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슈퍼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동네 슈퍼를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더프레쉬(옛 GS수퍼마켓)는 지난 2월1일부터 이달까지 주택가 점포 230곳의 고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객단가도 16.4% 늘었다. GS더프레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근거리 쇼핑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며 "지난해보다 집 근처에 있는 슈퍼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트, 백화점에서 사던 와인, 샐러드에 대한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며 "생필품, 조미료, 면류, 양곡 등의 매출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간 생활용품(52.9%)과 김치(39.7%), 와인(66.7%), 조미료(22.5%) 등의 매출이 증가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아 사용하기 시작한 이달 13일부터 27일까지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채소, 양곡, 와인, 위생용품 등은 전주(4월28일~5월12일)보다 각각 16.2%, 44.1%, 20.6%, 50.1% 성장했다.
GS더프레쉬와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뒤처지며 유통업체의 미운 오리 새끼였다. GS리테일은 슈퍼사업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25개의 저효율 슈퍼를 정리하고 관련 인원을 8% 감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동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GS더프레시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6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올해 들어 월별 실적 성장률이 '플러스'다. 2월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0% 증가했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11.9%, 5.3% 신장했다.
소비자와 지역농민 이어주는 생활협동조합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김유진(36)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집 근처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김 씨는 아이의 이유식 재료는 백화점 유기농 코너에서 주로 구매했는데 한살림에 가본 후 마음이 달라졌다. 한살림 제품이 백화점 유기농 코너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신선했다. 게다가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김씨와 같이 한살림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조합원 수도 증가했다. 한살림에 따르면 지난해 말 69만명이었던 총 조합원 수는 5월 현재 71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10%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네 소비 증가는 자영업자들에겐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슈퍼와 특색있는 식당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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