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건전화 방안' 발표
기본예탁금 1000만원 적용
고위험 상품 진입장벽 높여
괴리율 기준 6~12%로 강화

업계, 예탁금 1000만원은 과도
규제밖 고위험상품 몰릴수도
개미들 "활성화한다더니
투자금지와 마차가지"반발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이민지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9월부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ㆍ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기본예탁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섰다. 다만 예탁금 없이는 투자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업계와 투자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상품에 대한 규제로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ETF와 ETN 시장의 과도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특정상품의 쏠림현황을 완화하기 위한 '상장지수상품(ETP) 시장 건전화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ETP 투기 옭아매자 "시장 위축"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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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의 핵심은 개인 투자자의 고위험 상품시장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초자산 변동치의 2배 이익이나 손실이 예상되는 레버리지 ETFㆍETN을 매수하려는 개인투자자에게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적용해 차입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ㆍETN을 신용거래대상에서 제외하고 위탁증거금 100% 징수도 의무화 하기로 했다. 현재 개인 투자자의 투자에 대해 선물ㆍ옵션 거래는 1000만원, 주식워런트증권(ELW)은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있지만 레버리지 ETP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최근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의 원유 관련 상품 거래가 크게 늘었다. 증권계좌 개설만으로 원유 선물 거래가 가능한 만큼 높은 투자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ETP 종목의 투자금에 해당하는 시가총액은 지난 7일 기준으로 53조6000억원인데, 이 중 레버리지 상품 비중은 9조5000억원으로 약 17.7%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 ETP 시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량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지난 1월 38.1%였던 전체 ETF 중 레버리지 ETF의 거래비중은 3월부터 60%를 상회하고 있고, 레버리지 ETN의 비중 역시 1월 78.3%에서 지난달 96.2%까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품의 내재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가 지속되는 괴리율 확대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해 62억원 수준이던 원유 ETP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달 들어 2667억원까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원유 레버리지 ETN 상품 4종의 괴리율도 93.3~289.6%까지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괴리율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시장관리의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는 괴리율 기준을 현재 30%에서 6~12% 수준으로 강화해 괴리율 확대를 조기에 차단할 계획이다. 지표가치의 급등락으로 괴리율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는 등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경우 발행사가 ETN을 조기청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시장상황이 급변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ETN에 적용되는 투자자 보호규제를 예외적으로 면제해 신규물량이 적시에 공급되도록 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예탁금을 1000억원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옵션 상품과 달리 투자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아닌데 증거금 성격으로 레버리지상품에 선물ㆍ옵션과 같은 예탁금을 책정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ELW와 같은 시장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이 초단타 투자(스캘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예탁금 규제가 시장에 작동하자마자 2010년 당시 ELW에 몰렸던 45조원의 자금은 2년만에 95% 감소한 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 실장은 "궁국적으로 기본예탁금의 경우 응급처방으로는 효과가 있다"며 "ELW 규제 이후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을 돌이켜 보면 수시로 꺼내 과열된 시장을 진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시장 규제로 고위험 투자종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코스닥 레버리지 정도의 수익률이 나오면서 규제 밖에 있는 상품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동산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에 놓인 만큼 선물ㆍ옵션이나 비트코인 등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쪽으로 투자자들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자들도 진입문턱을 높이는 데 대해 반발했다. 당초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ETP 상품을 통해 3배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 시장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실망도 커진 모양새다. 한 투자자는 "해외에는 이미 3배짜리 레버리지도 상장돼 있는 마당에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를 금지시킨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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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운용업계에선 ETP 건전화 방안에 ETN이 코스닥150·KRX300 등 국내 대표지수를 추종할 수 있도록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대표지수는 ETF, 기타지수는 ETN'라는 거래소의 기본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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