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성별 거부감 적어
양성 협업 문화 조성될 것

여가부, 정부 성평등 컨트롤타워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정책 조율

코로나19 세상의 사각지대 없도록
한부모가정·결혼이민자 돌봐줘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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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보호적 조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취업기회 등에 있어 평등하지 못하다는 반응을 남성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것도 건전하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평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고, 성 주류화(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며 의사결정권을 갖게 하는 흐름)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취임 9개월 차에 접어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금의 젠더갈등, 특히 많은 남성들이 호소하는 역차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이렇게 받아 넘겼다. '정말 우리 사회에 여성 주류화가 이루어졌나'는 이어지는 질문에는 공공부문 고위직의 여성비율 변화를 예로 들었다.

여가부에 따르면 정부 중앙부처 본부 과장급 여성비율은 20.8%로 2017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공공기관 여성임원은 21.1%로 최초 20%를 넘었다. 20%는 2022년이 돼야 달성할 줄 알았던 목표였다.


이 장관은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설립 51년 만에 최초로 탄생한 여성 기관장이고, 이미정 특허심판원 심판장은 특허청 내 박사 특채 출신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숫자만 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겠죠. 하지만 법제심의관, 육군항공작전사령관 등 여성 진출이 어렵게 여겨지는 분야에서도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장관이 특히 의미를 둔 부분도 있다. 정부부처의 '과장급'에 여성 비율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과장은 특정 정책을 기획하고 실제 만들며 집행하는 '핵심'이다. 이 장관은 "여성 대표성 제고는 생산성과 효율성뿐 아니라 공정가치 실현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며 "조직의 혁신과 민주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눈길이 닿는 다음 분야는 민간이다. 지난달 2일 이 장관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자본시장법 개정 관련 '기업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특정 성만으로 이사회 전원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법의 내용이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춘 여성의 이사회 진출 노력을 당부했다"며 "여성 고용 개선과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어떻게 개선할지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에서 박 회장은 "젊은 세대는 성별에 따른 거부감이 적어 이른 시간 내 양성 협업 문화가 조성될 것"이라며 "합리적 일처리 문화가 정착되면 성별로 균형 잡힌 인력 활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가부는 정부의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다. 성 주류화든 양성평등이든 여가부만의 힘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그래서 여가부의 '조율' 기능이 중요하며, 최근 발표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은 여가부의 정책 조율 기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된 사례다.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이 대책에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16세로 높이고 디지털 성범죄가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예비ㆍ음모죄로 처벌하며,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제작·판매하는 경우에는 형량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장관은 "대통령을 포함해 관련된 모든 부처 장관들 사이에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책이 다음 세대에도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데, 'n번방' 등 텔레그램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10, 20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최근 터져나온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도 토로했다. "만시지탄입니다. 기술 발전에 맞춰 사회적 규제의 틀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지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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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가 추진하고 권고하는 정책은 각 부처에서 실행될 때 그 의미가 생긴다. 지난해 5월 교육부·법무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대검찰청·경찰청 등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부서가 신설됐다. 여가부는 매월 8개 부처의 양성평등담당관과 머리를 맞대고 성주류화 및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 결과 국방부는 육·해·공·해병대에, 대검찰청은 66개 검찰청에 양성평등센터를 강화하거나 신설했고, 법무부는 소속기관에 112명의 양성평등정책담당자를 지정했다. 경찰청은 23개 지방경찰청에 양성평등정책 전담인력을 선발·배치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올해는 성평등 정책 이행을 강화하고 성인지 예산제도와 성평등 교육 활성화로 공직사회 내 성인지 역량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평등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안전'과 '돌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돌봄과 안전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여가부 몫이다. 이 장관은 "사회적 돌봄 기능이 약화되면서 가정 내 돌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매일 개최되는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여가부는 재난과 위기 상황 속 정책 사각지대가 없도록 관계 부처와 적극 소통하고 현장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 사각지대로는 한부모 가구,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등을 꼽았다. 여가부는 코로나19 예방 및 행동 지침을 베트남어, 필리핀어, 몽골어 등 12개 언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결혼이민자로 구성된 다누리콜센터는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 보건소, 중앙의료원 등과 연계해 3자 통역도 지원하고 있다.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맞아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문화가정을 포함해 한부모ㆍ조손가족 등에도 방문교육지도사를 파견해 학습을 지원해준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센터 지원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바일 교환권이나 배달음식, 즉석식품 택배 발송 등 급식 지원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여성과 아동, 청소년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외되기 쉽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든든한 여가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옥 장관 약력 ▲1955년 출생 ▲1984~2019년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2013~2019년 한국투명성기구 이사 ▲2014~2019년 여성평화외교포럼 공동대표 ▲2018~2019년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장 ▲2019년 9월~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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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신범수 사회부장

정리=이현주 기자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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