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중 테베에 존재했었다는 '신성부대'는 150쌍의 동성애 커플로 구성된 부대로, 흔히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가 만연했었다는 근거로 언급되곤 한다. 전쟁터에서 싸울 때마다 동성연인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싸워 무적의 부대가 되었다는 일화로 회자돼왔다.
그리스어로 '히에로스 로코스'라 불린 이 부대는 테베에서 300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로 단순한 동성애 집단이 아니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릴 때부터 군사훈련에서 매우 두각을 드러낸 엘리트들만 모아 만든 최정예부대였다. 30세가 넘어가면 체력이 약해졌다는 이유로 퇴출됐고, 무기도 최고급만 지급됐으며 모든 의식주를 국가에서 지급하는 상비군체제였다. 스파르타와 같은 군사국가를 제외하곤 상비군이 거의 없던 고대 그리스에서 무적의 군대로 불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 대한 오해가 심해진 것은 16세기 이후부터였다. 유럽에서 전쟁 규모가 커지면서 각국이 한 전투에 최대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하는 상황이 되자 병영 내 전염병 관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임질, 매독과 같은 성병은 전투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병사들이 귀국하면 국가적 규모의 질병이 될 위험성도 커졌다. 이로 인해 동성 간 성관계가 죄악시됐고, 신성부대의 동성애는 난잡하고 퇴폐적 관계로까지 폄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동성애는 단순히 육체적 관계가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 사회의 동성애는 미성숙한 소년과 그를 지도하며 교육하던 후견인의 관계에서 출발한 것으로 단순 애인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에 더 가까웠다. 20대 중반의 성인 병사와 10대 소년 병사가 함께 짝을 지어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자신이 겪은 모든 전장의 경험과 전술을 자연스럽게 물려주는 체계였다.
당시 군사전술 대부분이 창병으로 구성된 보병들이 함께 방패를 연이어 인간 방벽을 쌓고, 적의 기병대에 대항해 싸우던 밀집보병방식이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동성애가 강조된 측면도 있었다. 오와 열을 맞춰 진형을 오래 유지하는 군대가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옆에 선 동료를 믿지 못하면 진형을 유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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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들은 고대 그리스의 퇴폐적 성문화를 상징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성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부대도 아니었다. 해당 시대의 전투 환경과 국가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특수부대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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