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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독일헌법재판소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정책인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PSPP)에 제동을 걸었다. PSPP가 유로존 회원국 경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었다면서 ECB에 3개월 내 정당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경제 정책 대응 과정에서 분열 양상을 보인 유럽에 갈등을 부추기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독일 헌재는 이날 ECB의 PSPP에 대해 독일 정부와 의회가 프로그램 작동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ECB가 QE정책으로 주주들과 보험가입자, 세입자 등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평가했어야 했다"면서 PSPP는 ECB의 통화정책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PSPP는 ECB가 국채 등 공공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으로 ECB의 대표적 QE정책이다. 2018년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해 말 재개됐다. 현재까지 ECB가 PSPP로 매입한 채권 규모는 2조유로(약 2647조원)가 넘는다.

독일에서는 그동안 ECB의 자산 매입을 놓고 비판론이 이어졌다. ECB가 유로존 경기 부양을 이유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이면서 오히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들 국가의 차입 비용은 줄어든 반면 독일과 일부 북유럽의 비용 부담은 가중된다는 논리다. 독일 법원에서는 2015년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이보다 앞선 2018년 유럽사법재판소(ECJ)는 ECB가 PSPP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번 독일 헌재와는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향후 3개월간 PSPP을 통한 자산매입을 중단한다. 이 기간 ECB가 채권 매입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설명하지 못하면 분데스방크는 PSPP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분데스방크가 PSPP에서 빠질 경우 범유럽의 공동 경제정책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경제에서 독일의 위상을 감안할 때 PSPP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위기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면서 "분데스방크가 PSPP의 가장 큰 자산 매입 주체인 만큼 독일의 참여는 QE 성공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헨릭 엔델라인 헤르티에행정대학 학과장은 "이번 (헌재의) 결정이 ECB를 독립성의 한계라는 위협 속에 둔 것"이라면서 "ECB 위세가 시장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약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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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헌재는 다만 ECB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지난 3월 내놓은 75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프로그램은 이번 판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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