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하던 30대 男 "범죄유발형" 주장
재판부 "기회 제공했을 뿐" 징역 1년 선고
법조계 "디지털 성범죄 활용 선례될 판결"

[단독]함정수사 논란?… 법원 "이렇게 했다면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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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경찰의 함정수사에 덜미가 잡힌 마약 투약범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재판에서 '함정수사가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법원은 수사 기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대두되고 있는 함정수사 활용에 선례가 될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유모(33)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필로폰을 투약해 죄질이 무겁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만 하고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경찰 함정수사에 대한 적법성 여부였다. 유씨 측은 재판에서 "마약투약범으로 가장한 경찰이 반복적으로 투약을 권유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붙잡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공소제기가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기초로 제기됐기 때문에 무효라는 취지였다. 함정수사는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으로 나뉜다. 범의유발형은 범죄 의사가 없음에도 이를 유도해 적발하는 방식으로 이미 대법원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유씨 측의 주장도 이 판결에 기반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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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유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경찰의 함정수사 기법이 범의유발형이 아닌 '기회제공형'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기회제공형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접근해, 상대방이 범죄 실행에 착수하면 검거하는 방식이다. 대법원 판례도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에 대해서는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투약을 함께 할) 장소를 잡으면 연락 달라'는 경찰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수사기관은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온라인 사이트에 필로폰 매수ㆍ투약을 원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점 등도 범의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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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회제공용 함정수사는 마약 수사에 자주 활용돼 왔으나 법 조항에 명시된 건 아니어서 재판부 재량에 따라 합법ㆍ불법 여부가 결정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이 이 방법을 활용하는 데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함정수사로 검거한 피의자들이 결론적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축적될 경우, 수사기관이 이 기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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