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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부채더미라는 유산을 남길 것이다." -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 앞다퉈 조성한 재정 지원정책이 미래에 또 다른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정투입 규모가 커질수록 덩달아 부풀어 오르는 재정적자가 세계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과거 재정위기 부활로, 코로나19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L'자형 시나리오까지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세금 인상, 긴축 재정 등 대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현실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기 어려운 만큼 부채를 일종의 '뉴노멀'로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 2차대전 수준으로 치솟는 美 정부 부채비율= 2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이달 초까지 동원한 재정부양책 규모는 8조달러(약 9746조원) 수준이다. 이 중 2조달러 이상이 미국에서 사용되고 유럽과 한ㆍ중ㆍ일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적극적 부양책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IMF는 올해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을 9.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으로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재정투입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이 15.4%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컸다. 중국도 GDP 대비 일반 정부 재정적자 비율이 11.2%로 집계돼 지난해(6.4%)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과 유럽 국가들, 일본도 각각 전년보다 재정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부족한 자금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서 부채 규모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GDP 대비 총 정부부채비율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의 106%를 넘어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총 정부부채비율은 정부의 전체 살림살이를 파악하는 지표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올해 미국의 총 공공부채비율이 GDP 대비 100%를 기록하고 2025년에는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102~117%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IMF는 올해 미국의 총 정부부채 규모를 131.1%로 전망하기도 했다.


코로나發 경제 타격 막으려 8조달러 쏟아붓기…그 뒤엔 재정적자 공포 원본보기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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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관리의 '뉴노멀'= 각국의 눈덩이 재정적자는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지원 부족으로 경제 주체들이 무너지게 되면 경기 침체를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과도한 재정적자가 엄연한 현실이 된다. 전문가들은 2010~2011년 재정적자로 촉발된 남유럽 사태를 언급하며 대규모 부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아가테 드마레즈 글로벌 경제전망 담당은 남유럽 국가들을 예로 들며 "높은 부채 수준, 재정적자, 고령화 등으로 수년간 궁핍한 생활을 해왔다"면서 "이들 국가의 부채 위기는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돼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 상황은 심각하다. IMF는 이탈리아의 올해 총 정부부채비율이 GDP 대비 155.5%에 달할 것으로 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총 정부부채 규모는 2007년 65%에서 2012년 90%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말 84%로 낮아졌다. 모리츠 크래머 S&P 대표는 언론기고에서 "유로존의 부채 규모는 2022년에 112%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낮은 등급의 이탈리아 국채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정적자 해소가 말처럼 쉽진 않다. 세금 인상 또는 긴축재정이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경제주체들을 압박해 각국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이 같은 선택지는 더더욱 고려되기 어렵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먼지가 가라앉게 되면 미국에서 누가 이 모든 지출에 대해 지불하고 부채 부담을 떠안을지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대규모 부채를 일종의 '뉴노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말 한 외신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공공부채 수준은 증가하겠지만 이를 대신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경제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주고 결국 정부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훨씬 높은 수준의 공공부채는 우리 경제의 영구적 속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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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매우 낮게 유지되고 예상했던 대로 경제가 회복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부채 수준은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훨씬 밑돌 경우 이자율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긴축보다는 부채를 관리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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