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레디-메이드/성다영
지구의 시작은 봄일까 가을일까
동네에서 강아지와 내가 산책한다
대문에서 할아버지가 나와 말을 한다
왜 사람 다니는 길에 강아지 다니게 해요?
공원에서 강아지와 내가 산책한다
강아지는 흙과 풀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공원은 그런 곳
여기는 잔디 보호 구역 들어가면 안 돼
벤치에 앉은 연인이 강아지의 목줄을 세게 당기는 사람을 본다
무엇으로부터 잔디를 보호하는 걸까?
사람?
왜 잔디를 보호하는 거지?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이 앉으려고?
잔디는 사람이 쓰려고 사람으로부터 보호한다
나는 오늘 보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
나는 선을 넘는다
현재는 비윤리적이다
거기는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공원을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
법을 지키는 것은 쉽다
그림자는 가둘 수 없다
신은 질서가 없다
나는 먼저 웃고 먼저 슬퍼한다
나는 정리에 반대한다
어두운 기도실에서 기도를 시작한다
개인의 욕망은 기도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타의 끝은 자살
저는 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 문학 기법이듯
그냥 사는 것도 방법이다
버찌가 터진다
어디에선가 무언가가 태어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결국 '파업 할까봐' 웨이퍼 보관함까지 밖으로 꺼...
■ 하긴 좀 이상한 일이긴 하다. '잔디 보호 구역'은 물론 잔디를 보호하고자 지정한 곳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잔디를 보호하겠다는 것일까? 사람? 강아지? 혹은 잡초들? 시인이 적은 그대로 '잔디 보호 구역'은 특히 사람으로부터 잔디를 보호하고자 설정한 장소다. 사람을 위해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모순은 우리 세계 도처에서 마주칠 수 있다. 법과 규칙, 통념과 상식, 각종 예법이 작동하는 곳들은 대개 그렇다. 그런데 법 등은 모두 문화다. 문화는 자연에 인위를 가한 것이다. 문화는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이지만 결코 본래적인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부당할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는 한때 가부장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던 적도 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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