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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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가지고 놀던 바비인형은 대개 작은 얼굴에 긴 다리, 금발의 백인 모습을 하고 있다. 비현실적 미모를 뽐내는 사람을 만나면 '바비인형 같다'라는 관용구를 사용하는데 그런 걸 보면 그 바비인형이 우리 사회의 무의식 속에 '미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1959년 탄생한 바비인형의 외모가 미의 통념을 획일화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1968년 흑인 바비가 출시됐고 뒤이어 아시안ㆍ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바비도 나왔다. 최근에는 머리카락이 없는 바비, 백반증이 있는 바비, 의족을 하거나 휠체어를 탄 바비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인형을 만드는 회사의 이런 마케팅을 둘러싸고 시대정신을 반영해 다양성의 가치를 더한 행보라는 칭찬도 있지만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벌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비판의 날을 세우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칭찬과 비판의 근거는 모두 같은 생각에서 나왔다. 바로 바비인형이 우리 시대에 획일적 미의 기준을 제시하며 심지어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 그 출발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형의 모습이 바뀌었으니 이제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은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전형도 깔끔하게 바뀔 수 있는 걸까?

사실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는 어떤 사회적 질서나 체계에 대한 식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흑인이 아닌 백인, 흑발이 아닌 금발 인형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그 차이를 인식하게 되고 차이 간에 어떤 위계적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위계의 하위에 놓인 것들은 결국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게 된다. 더 나아가 하위 개체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마치 실제 일어나는 일이거나 사실인 것처럼 믿어버리는 새로운 무의식을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실천의 첫걸음은 나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내 안의 생각들이 불합리한 배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정부도 다양성을 수용해 공존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펼치고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차별 및 혐오 표현을 금지해 다양성을 증진하고 인식 차원에서는 시민 교육 확대와 건전한 미디어 환경 조성 등 문화적 실천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소수자로 분류되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은 어느 수준이며, 어떤 방식으로 점검해볼 수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내 안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확인해볼 기회가 있기는 한 것일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된 통념, 그 불편함을 되묻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법정 의무 교육으로 강화했다. 법과 제도를 통해 다양성을 높이는 실천을 한다는 것은 공공기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며 차별과 배제를 넘어서자는 국가적 행보에 대한 발맞춤이기도 하다.


효과적인 장애인 인식 개선과 장애인 고용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연간 1000명 이상의 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이 중 약 35%(750명)가 장애인 당사자다. 장애인 강사의 강의 한 번으로 하루아침에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장애 혹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를 묻고 답하는 과정이야말로 차별과 배제에 대응하는 실천의 시작일 수 있다. 그런 실천을 위해 올해는 장애인 당사자가 진행하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꼭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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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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