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재개된 정경심 재판… 검찰·변호인 "상호 존중 필요"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이 11일 재개됐다. 이 사건 재판은 지난달 12일 이후 법원 정기인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휴정이 겹치면서 한달가량 중단됐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한 달만에 재개된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앞서 신청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의 병합, 정 교수 측에서 청구한 보석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다만 신경전에 그칠 정도였지, 전임 재판부 기일 진행 당시 벌어진 '충돌' 수준은 아니었다.
최성해 증인… 코로나 사태에 신문 연기 요청도
앞선 4차례의 공판에서는 사모펀드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관련해 서증 조사만 진행됐다. 공판준비길에서 공소장 변경 불허에 대한 검찰 반발과 기존 재판장이던 송인권 부장판사의 제지 속에 마찰이 이어지면서 정식 재판이 늦어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법원 인사로 담당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바뀐 점 또한 공판갱신 절차를 더디게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신임 재판부는 이날 변론 갱신 절차로 심리를 시작하면서 다음 공판부터는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18일 정병화 키스트(KIST) 박사, 25일 동양대 조교 2인, 30일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을 부르기로 했다. 정 박사와 최 전 총장은 입시비리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 측 요청이었고, 동양대 조교 2인은 검찰의 위법 증거 수집을 증명하기 위한 변호인 측 요청이었다.
변호인 측은 증인채택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예정된 증인신문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코로나19와 상관없는 절차를 먼저 진행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어떤가 싶다"며 "재판장이 이미 결정한 사안이라 별다른 이의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고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법원에서 구속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으니 양해바란다"면서 "향후 증인 소환은 건강상태를 확인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심 "보석 허락해주면 전자발찌라도 차겠다"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에 대한 보석 심문을 열었다. 전임 재판부는 지난달 법원 인사에서 구성원이 바뀔 가능성을 고려해 유보한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한 심리를 재개한 것이다.
변호인은 "검사의 기소권에 맞설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검찰은 100여차례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압도적으로 많은 증거를 수집한 반면 우리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과 1~2시간 접견시간을 갖는 게 전부"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한 운동장으로 하는 것은 보석에 의한 재판뿐이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입시비리 의혹이 보석이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중대 범죄인지 판단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발언 기회를 얻은 정 교수도 "공소사실이나 조서를 보면 제 기억과 상당히 다른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제 입장에서는 13년 전 일을 떠올려야 하는 것인데 배려를 해준다면 방어권 차원에서 과거 자료를 자유롭게 보고 싶다"고 했다. 또 "몸도 굉장히 안 좋은데 허락해주신다면 전자발찌 등 모든 보석 조건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울먹였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은 허위자료를 통해 교육의 대물림이라는 특권을 유지하고,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편승해 약탈적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해 중형이 예상되므로 도주할 우려도 높다"며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인적·물적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측 진술을 종합해 가급적 신속하게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장 변경·사건 병합 여부 두고 신경전
이날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소장 변경과 사건 병합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자신들이 신청한 사안이만큼 공소장 변경과 사건 병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반해 변호인단은 불허해야 한다고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 입시비리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공소사실에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명시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 교수 사건과 조 전 장관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다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역시 "이 사건과 조 전 장관의 사건은 순차적으로 기소된 것에 불과하다"며 "증거가 같고 공범 사이에 형평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므로 병합해 달라"고 밝혔다.
반면 정 교수 변호인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모두 피고인과 조 전 장관을 공모관계라고 기소한 부분은 근거가 대단히 약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과 조 전 장관 사건은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뇌물과 관련된 범행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부부를 한 법정에 세우는 게 맞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효율성은 명분일 뿐 망신 주기를 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기소되면서 정 교수가 함께 추가 기소된 내용만 떼어내 현 재판부로 가져오는 데에는 동의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사건을 맡은 재판부와 혐의해 다음 기일 전까지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조 전 장관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태다. 오는 20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법정 예의 지켜달라" "상호 존중 필요하다"
정 교수 측은 이날 전임 재판부의 기일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법정에서의 예절을 지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검사님들이 과도하게 반응해서 3차 공판준비기일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목격하기도 했다"며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고 변호인들이 보기에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일종의 법정모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증조사 과정에서 절제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하는 언급들이 있었다"며 "사건의 유무죄의 쟁점과 상관 없는 이 부분이 언론에 도배되고 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서로 형사소송법에 대해 알고 법정 예의를 알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제를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재판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니 법률 규정에 따라 이의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변호인은 검찰이 피고인에 대해 망신주기식 변론을 한다고 했는데, 당시 서증조사에서 내놓은 증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드렸다"며 "재판장님은 검찰 주장이 타당한지, 변호인 주장이 타당한지 소송 기록을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상호 절제, 상호 존중 분위기에서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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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지난 공판 절차에서 어떤 변론이 부적절했는지 우리 재판부가 판단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듣기에 따라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거나 심리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제한하겠다"고 했다. 또 "오늘 이후로 검찰, 변호인 모두 서로 잘못된 변론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삼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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