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감사원 전방위 압박에 은행 배상 거부…흔들리는 금감원(종합)
靑민정실 '금감원 감찰' 이어 감사원도 고강도 감사 예고
금융사에 이례적 제보 요청…감독부실·징계권남용 등 감사
은행 '키코 배상' 거부 확산에 제재 불복 訴제기까지
감독보다 '검사'에만 강공…금감원 내부서도 우려 커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금융감독원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감원 감찰에 나선 것에 이어 감사원마저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앞두고 금융사들을 상대로 금감원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유관기관 감사에 앞서 개별 금융사에 대한 직접 제보 창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요구에 은행들의 거부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제재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소송 제기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 산업금융3과는 최근 금융 관련 협회 및 금융사에 제보 접수를 위한 이메일을 보냈다. 산업금융3과는 금융위원회와 소속기관, 금융감독원과 출자 법인 등에 대한 감사사항을 전담하는 부서다. 이메일에는 "금융 감독 분야 감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자유롭게 알려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메일에는 휴대폰 번호를 남겨 감사원에 개진할 의견이 있을 경우 이 번호로 직접 문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또 연락 시에는 협회를 거칠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감사원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감사원이 업권을 대표하는 협회를 통할 필요 없이 개별 금융사로부터 직접 의견 청취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최근 키코, DLF, 라임 사태 등으로 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금감원의 책임을 강도 높게 묻는 것은 물론 금융감독 체계 전반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금융사와는 물론, 금융위원회와의 마찰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윤 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감사원은 지난달 초부터 금감원에 대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면서 "DLF 원금 손실 사태 등에 대한 감독 부실 책임은 물론, 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ㆍ하나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등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권 남용 여부가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끄럽지 않았던 DLF 관련 제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CEO 제제 관련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 규정을 감독당국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냐는 점 등이 비판의 골자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책임마저 금융권에 떠넘기는 '물타기 징계'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이 과정에서 드러난 금융위와의 갈등설도 문제다. 심지어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사의 CEO 연임이 달린 중요 결정이 금융위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자 '금융위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동안 "금감원은 좋은 파트너"라며 갈등설을 부인해왔던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금감원장의 제재권한에 대해 "역사의 산물로 방향성없이 고민해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마저 이례적으로 금감원 감찰에 나섰다. 민정수석실은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을 중심으로 업무자료를 확보하는 등 감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은행 검사국은 DLF 사태를 주로 다뤄왔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의 손 회장은 9일 금감원의 '문책경고' 조치에 반발해 개인 명의로 금감원 상대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금감원은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담담한 입장을 밝혔지만 피감기관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 자체가 당혹스러운 것이 속내다.
최근 키코 배상 문제가 순조롭지 않다는 점도 역풍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법원이 2013년 불공정거래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던 이 사건은 윤 원장이 취임 직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결국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피해기업에 대한 손실을 최대 41% 배상하라는 권고안이 내려졌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불수용 방침을 통보했다. 하나ㆍ대구ㆍ신한 등 3곳은 최종 입장에 대한 기한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까지 권고안에 따른 곳은 6개 은행 중 우리은행 한 곳 뿐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금융사를 '적'으로만 규정, 금감원 본연의 기능인 '감독'보다 사후 채찍에 가까운 '검사' 기능에만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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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는 등 소신과 뚝심을 갖고 금감원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여줬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무조건적인 강공 드라이브만을 펼치며 금융사를 몰아세우고만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취임 직후 발언에서도 금융사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는 등 금융감독의 독립성만을 강조하며 여타 정책부서와의 공조관계도 삐걱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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