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겨울에도, 내년 이맘때도 어떤 바이러스는 유행할 것이다. 그것이 비단 '신종'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매년 감기나 독감 유행기를 겪어야 한다. 수년 내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생겨나 우리를 다시 공포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시민의식은 한때의 추억으로 묻어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사회적 경험이 될 것이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끼고 단체 활동을 자제하며 살아온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엄격한 개인위생 준수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새롭게 감염된 사례는 최근 들어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 수 증가세가 1~2주 내 꺾일 것이란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있을 것이며 또 어떻게 변해야만 하는가.

조금 이른 감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플루를 거치며 우리 공동체가 별다른 변화를 일궈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감기·독감 유행기에 전 국민이 마스크를 끼는 식의 대응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좀 특별한 상황이라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지만, 마스크 착용은 바이러스 감염자의 비말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 반대로 비감염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기 중 바이러스를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그래서 마스크가 일상화된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감기나 독감 환자가 타인과 접촉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생활 습관으로 정착돼야 한다. 회의 석상에서, 강의실에서 그리고 예배당과 장례식장에서 마스크 없이 콜록 이거나 콧물을 훌쩍이는 모습은 이제 사라질 때도 됐다. 또 그런 사람이 집단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적 실례로 여겨야 하며, 집단으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는 시민의식은 당연한 예절로 흡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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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뿐 아니라 집단 자체의 노력과 변화도 필요하다.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로 결근·결석을 하거나 휴가를 내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공동체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기적 행동으로 비난 대상이 돼야 한다. 그래서 감기·독감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스크가 아니라 집단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용인받는 일이다. 직장이나 학교 등 여러 조직은 이런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규정과 규칙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처럼 참석 여부에 따라 이익·불이익이 갈리는 집단행사에서는 어떤 대안을 둘 수 있는지 고민할 시점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아진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집단생활의 최소화가 현재 유행했어야 할 급성 호흡기 감염증(감기)과 인플루엔자(독감)를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노력이 감염병 차단에 분명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큰 사회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쉽게 빠지게 되는 어떤 반복적 세태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것은 위기의 본질과는 별개로 특정 세력을 분노와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책임을 전가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다. 아울러 바이러스와는 무관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대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작태와 진정한 위기 극복의 노력을 구분해 내는 시민의식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갈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사회부장 신범수

사회부장 신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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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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