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발 1장씩 가져가세요" 지하철 공짜마스크 싹쓸이…서울역·시청·을지로 가보니
지하철 안내데스크 비치된 마스크…일부 시민들 통째로 가져가
시민들 "도둑놈 심보" 한목소리로 비판
서울교통공사, 고객상담실서 역무원들이 배부키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참 씁쓸합니다. 제발 1장씩 가져가세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여파로 서울 지하철과 버스에 무료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비치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마스크를 몇 개씩 챙기거나 손 소독제를 아예 통째로 가져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일 오후 아시아경제가 1호선 서울역, 2호선 시청·을지로입구역 일대서 만난 시민들은 입을 모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만난 직장인 A(45) 씨는 "양심 없는 사람들이죠.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 안 하지 않습니까"라며 "누군가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 못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 역시 "벌금 등을 물렸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참 마음이 좋지 않네요"라고 토로했다.
1호선 서울역 지하철 역사 인근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C 씨는 "전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나 혼자만 잘살겠다고 그러는 것은, 그냥 도둑놈 심보와 다를 게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참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평소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D 씨는 "양심적으로 모두가 지키자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면서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이웃을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하철 역사에 비치되는 마스크는 가져다 놓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있었다. 한 지하철 역사 역무원은 "보통 마스크 50개를 개찰구 앞 안내부스에 두곤 했는데, 비치하고 돌아오면 바로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 50개가 없어지는 걸 시간으로 계산하면 한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면서 "하루 마스크 배포 개수 기준이 있는데, 오전에 모두 소진되고 더 이상 시민들에게 공급할 마스크가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부터 각 지하철 고객상담실에 마스크를 비치하라는 업무지침을 각 역사에 내렸다.
김정일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이날 서울시 정례 브리핑에서 "지하철역에 아침에 마스크 1000매를 갖다 놓아봐야 30분 만에 동이 난다는 소식이 있다"며 "처음에는 급한 마음에 쌓아두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가져가게 했다. 양심껏 1인 1매를 쓰기를 원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세정제도 통째로 들고 가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서울시청 1층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통 밑에 접착제를 바른다든지 쇠사슬로 엮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지하철 배포 마스크는 이제 안내문을 붙여두고 역무원한테서 받아 가는 식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시청·서울역 등 그간 지하철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가 비치됐던 자리에는 인근 고객안내센터로 이동해 마스크를 받아달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시민들은 안내 문구에 따라 고객상담실로 향하거나 발길을 돌려 그냥 지나쳤다. 또 일부 시민은 손 소독제만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마스크가 있다고 알았는데 없다"면서 "안내센터로 가면 (마스크를) 받을 수 있겠지만, 좀 번거롭다"고 말했다.
마스크 배포 등을 담당하는 역무원들은 번거롭겠지만, 더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이용할 수 있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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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하철 역사 역무원은 "고객상담실에서 마스크를 드리는 것은, 1인 1매 사용기준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라면서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더욱 많은 시민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니,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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