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6兆 사들인 개인…통계작성 이후 최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보령 기자]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6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충격에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총 4조2043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의 월 단위 매수액으로는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통계를 집계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7324억원에 불과하고 기관은 5조2454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은 작년 12월에만 3조2295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11조801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의 매도 기조는 올 들어 확 바뀌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53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기 시작해 총 19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3% 넘게 급락한 지난 28일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262억원, 1894억원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무려 667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최근 1년간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 규모다.
지난해 개인이 5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날은 5월9일(8157억원)과 10월2일(5022억원) 단 이틀 뿐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이나 5000억원 이상 사들였고, 최근 4거래일 동안엔 2조2844억원를 집중 매수하는 등 개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은 이달 들어 1조80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1조1687억원)과 외국인(5332억원)의 순매도 액수를 뛰어넘는 규모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이달에만 6조58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주가 하락보다는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국내 증시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미ㆍ중 1단계 무역합의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강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달 한때 코스피는 2260선을 돌파하며 1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신종 코로나 이슈에 따른 주가 급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 찬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동안 강한 오름세를 보인 전자와 반도체 업종이 차익실현 매물과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높아져 증시가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됐고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여전해 개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1~3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로 각각 1조1502억원, 3362억원, 274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도체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것이다. 이어 SK이노베이션(2606억원), 기아차(1940억원), 셀트리온(1660억원), 에쓰오일(1643억원), 에이치엘비(1281억원), 한국전력(1001억원) 등의 순으로 매수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하락한 삼성전자 주가와 달리 삼성그룹펀드엔 투자금이 대거 몰렸다. 지난 22일 6만23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30일 5만7200원까지 일주일 사이 8.19%나 떨어졌다. 반면 삼성그룹펀드에는 돈이 들어왔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24개 삼성그룹 펀드 설정액은 지난 29일 기준 1일 새 2억원, 1주일 새 126억원이 증가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에서 1일 새 988억원, 1주일 새 5081억원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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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삼성전자 주가를 두고는 '숨 고르기 구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전 세계 IT 수요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 실적 역시 1분기까지는 바닥을 형성하고, 하반기에나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2분기 반도체 가격에 대한 윤곽이 나타날 즈음부터 주가의 재상승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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