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3번째 확진자의 이동 경로가 발표된 지난 27일 네티즌은 질병관리본부 정보를 근거로 서울시내 지도 위에 그가 거쳐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네를 지목했다. 확진자가 강남의 한 식당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OO중국집이라더라' 'XX한식당이라더라'는 추측성 소문이 돌았다. '뭘 그리 유난을 떠뜨냐'는 비아냥도 없진 않았지만, 어린 학생들이 학원을 오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군것질도 하는 길목이다 보니 학부모들이 유난히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일견 당연한 반응이었다.
학교마다 개학 연기 요청도 줄을 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개학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교육부가 "지역 사회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학 연기는 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학부모의 항의성 민원이 줄을 잇자 일부 초등학교에선 "2월 초순까지 한시적 체험학습을 인정한다"며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아직 개학을 하지 않은 강남 지역 몇몇 초등학교는 방학을 하루 이틀 더 늘렸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개학을 연기하라고 학교 전화통에 불이 나는데, 교육청에서는 교장 재량으로 결정하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강남은 개학을 연기했다는데 왜 우리 학교는 가만히 있냐"부터 "학교도 휴교를 하는데 학원도 휴강하게 해달라"는 불안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 발병했을 때 학교 휴업 전부터 아이를 결석시켰다는 한 학부모는 "엄마들 사이에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이 극심했다"고 회상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이어 세월호 사고가 있었고, 메르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두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당시에도 보건 전문가들은 "학교 휴업까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유치원과 학교의 휴업 조치에 대해 62%가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과 여론 사이 신뢰의 간극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중국을 거쳐 들어온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이나 자가격리 조치와는 별개로 지금도 교육당국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기본적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을 자주 씻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라는 식이다. 매번 감염병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키워온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덜어줄 대책으로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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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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