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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갈등 폭발" 고향 등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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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결혼 등 질문공세에
젊은층 '사생활침해' 부담
"음식장만은 노동" 부부갈등
명절직후 이혼·가정폭력 증가

"명절마다 갈등 폭발" 고향 등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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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심승일(30ㆍ가명)씨는 올해 고향인 전남 나주행 버스표를 취소했다. 부모님께 얼굴을 비춰야겠다 생각해 예매 전쟁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지난 추석 때 친척들의 비아냥이 떠올라 고민 끝에 귀향을 포기하게 됐다. "대학 좋은데 나오면 뭐하냐, 아직도 노는데…", "경찰 많이 뽑는다던데 아직도 안됐어?"라는 식의 핀잔들이었다. 심씨는 "도움도 되지않는 간섭으로 서로 스트레스를 주는 일 때문에 고향 가는 길이 꺼려지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직장인 김연진(32ㆍ가명)씨는 설연휴 중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로 '결혼'을 꼽았다. 그는 "취업 후 여유도 생기면서 내 삶을 제대로 누리며 살고 있는데 명절만 되면 평소에는 느끼지도 않던 결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결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야 주변에서 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 인생계획을 무시하는 투로 선을 넘는 건 정말 피해야 할 태도"라고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등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가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 외려 가족간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명절 음식ㆍ제사 등 가사 분담부터 취업ㆍ결혼 등 각종 스트레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악의없는 질문일 뿐이라는 주변 친척들의 해명과 달리, 젊은 층은 명절마다 이어지는 질문공세를 '사생활 침해'로 느낀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동상이몽 속에 '명절 스트레스'는 공식이 됐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인남녀 9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미혼 자녀 51.3%(복수응답)는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 '부모'를 꼽았다.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와 다툰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3.3%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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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등은 명절을 전후해 증폭된다. 결혼 2년차인 서혜윤(34)씨는 "명절에는 되도록 여행을 가자고 약속하고 결혼했지만 실제 결혼생활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명절마다 음식 장만에 차례상까지 차려야 하니, 연휴가 아니라 노동의 연장이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 연휴 고향에 가는 남편과는 따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실제 명절을 전후로 이혼 건수가 증가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법원행정처와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과 추석 명절 직후인 2∼3월과 10∼11월에는 이혼건수가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나 많았다. 가정폭력도 늘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설과 추석 명절 연휴 기간에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모두 3만3549건으로 하루 평균 1016건에 달했다. 명절을 제외한 가정폭력 신고 접수가 694건을 감안하면 47%나 많은 수치다.


오윤자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가족 간에도 감정보다는 사실 위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갈등을 피할 수 있다"며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와의 가치관 충돌을 '권력 이동'으로 느낄 것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세대에 대한 배려로 여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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