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근 십년 동안 산업의 지형을 바꿔 왔다. 데이터 통신 다시 말해 인터넷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돼 기존 산업과 사회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정보를 얻는 방식에 더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까지 큰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이 범람하는 지금의 시대는, 정보를 얻기 위한 문제 보다는 걸러지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를 어떻게 유용하고 유익하게 사용하느냐를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편리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무분별한 정보의 바다, 정보의 쓰레기 더미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역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븐 잡스는 정작 아날로그적인 문화를 좋아한 사람이었다. 잡스는 퇴근 후 집에서 디지털이 아닌 LP로 음악을 듣고 그의 자녀에게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했다고 한다. IT기기의 중독성을 방지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성을 교육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디지털이 편리한 것이라면 아날로그는 불편한 것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발품을 더 팔아야 하는 것이 아날로그이다. 전자책에는 책갈피에 손때 묻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버튼 하나면 작동하는 디지털 기기와 달리 음반에 바늘을 올리고 소리를 조율하는 LP는 세월이 지날수록 그 소리에 예스러움이 더해진다. 아날로그는 인간의 정서에 더 많은 감성적 풍요로움을 선사해 준다. 디지털이 머리와 이지의 세계라면 아날로그는 감성과 몸의 세계인 것이다.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는 한번쯤 진지하게 삶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대뇌로 사고 하는 시간보다 자극에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시간이 더 많지는 않은지, 인터넷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호기심으로 유랑하느라 현실 생활의 아름다움과 멋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가상세계에 자신을 과시하는 재미에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중독된 지금의 세대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가 그간 해왔던 역할이 더 많은 정보와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보다 유익한 것을 제공해주는 여과장치를 가진 스마트 기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이 유익하고 유해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 자신에게 건강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보 통신의 시대가 검색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양(量)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 질(質)의 데이터 통신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IT 기기가 조작의 어려움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막대한 정보량을 양산한 것이 데이터 통신산업 1세대였다면 빅데이터와 아날로그적 감성에 기반한 인간 중심의 데이타 통신산업을 2세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세대 산업의 비전은 IT기기의 편리함과 유해성을 인식하고 자기 진화해,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듯, 인간 중심의 데이터 통신시대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통신 2세대 산업에 대해 우리의 인문 테크놀러지 공감대는 얼만큼 형성돼 있을까. 미래 세계는 인간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진정한 웰빙을 위해 과학기술이 인간의 시녀가 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데이터 통신산업의 리더십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의 시각에서 통찰하고, 인간성의 본질로서 방향을 설정하며, 복제되지 않는 나만의 코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가는 데 있을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어쩐지 타이밍 절묘하더라"…전쟁 언급하더니 뒤...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