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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샐러리맨의 신화' 쓴 권오갑…마지막 소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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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지배구조 개편 속전속결…'대우조선 기업결합' 남은 과제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0.036%. 대기업에 입사한 평범한 말단사원이 최고경영자(CEO)에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이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 40여년만에 그룹 수장에 오른 권오갑(68ㆍ사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얘기이기도 하다.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권 회장은 지난 19일부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새 선장이 됐다. 업계에선 '샐러리맨의 신화(神話)'를 쓴 그가 그룹의 당면 과제이자, 국내 조선업계 최대 현안인 기업결합이란 소임을 다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 40년간 현대중공업에 몸 담아 온 '현대맨'이다. 그는 지난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부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뒤 런던지사장, 현대학원 사무국장, 현대중공업스포츠 사장, 서울사무소장(부사장), 현대오일뱅크 사장,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및 그룹기획실장,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발탁, 그룹 일을 주로 맡아보던 그가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2010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직에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유동성 위기, 중동계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경영 등을 거치면서 업계 만년 꼴찌란 멍에를 안고 있었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윤활유, 오일터미널, 석유화학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수익성 제고로 현대오일뱅크를 2011년부터 정유부문 영업이익률 1위 회사로 빠르게 환골탈태 시켰다.

현대오일뱅크를 반석에 올려둔 권 회장은 2014년엔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조선업계로 복귀했다. 구조적 공급과잉,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 후발주자의 도전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미증유'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3조2490억원, 2015년 1조5400억원 등 5조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상황이었다. 생존을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 시기 권 회장이 특유의 '스피드ㆍ추진력ㆍ스킨십'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권 회장은 부임 하자마자 임원 31%를 줄이기로 하는 한편,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하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구조조정안(案)으로 20년만에 파업분위기가 고조되자 특유의 스킨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시작되자 가을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우의를 입고 직접 호소문을 나눠주면서 직원들을 설득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권 회장은 당시 호소문을 통해 "(경영 위기는)열심히 일한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회사의 책임"이라며 "회사를 여러분과 함께 바꿔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앞장서서 다 하겠다"고 호소했다.


권 회장 역시 솔선수범에 나섰다. 38개월 간 월급을 수령하지 않는 한편, 해외 출장시에도 항공기 일반석을 이용하는 등 비용절감에 몰두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은 불과 2년여 만에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권 회장은 이밖에도 재직기간 순환출자 해소,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굵직한 그룹 현안을 진두지휘 했다. 현대중공업을 분사해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다시 현대삼호중공업을 분할 합병 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낸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업계 2위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공식화 했다. 불과 5년만에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인수ㆍ합병(M&A)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를 '속전속결'로 돌파한 것이다.


권 회장에게 놓인 마지막 과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지난 2014~2015년 부터 시작된 한국 조선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상황은 간단치 않다. 주요 선주들이 포진, 최대 관문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최근엔 관계가 악화 된 일본마저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나 기업결합 과정에선 양사가 보유한 세계 최고 기술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조선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천연액화가스(LNG)선과 관련 점유율은 50%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노동조합 역시 사활을 걸고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양사 합병이 향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EU를 찾아 기업결합 심사 거부를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 회장은 "인생의 절반을 한국 조선산업을 위해 보냈다"며 "한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이라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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